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늘 다르지!
나는 술을 좀 늦게 배웠다.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고 살다 보니
스무 살이 넘어서 술을 배웠고 아이를 키우며 술을 알았다.
서른이 넘어,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 놓은 후 폭음(?)을
알았는데, 그게 참 자유로운 맛이 있었다.
늘 긴장 속에 사는 나였다.
누가 뭐라 해서는 아니지만 늘 주변을 의식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내가 해야 하는 것에 집중했다.
마음을 속인다는 거창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나는 늘 나 보다 내가 처한 환경에 맞추려 노력했다.
너무 좋은 것도 너무 싫은 것도 없이.
마흔이 넘어서야 술이 주는 즐거움을 깨닫는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세상 무거운 것 없이 가벼운.
심각했던 일도, 걱정했던 일도, 미워했던 이도, 싫어했던 이도 모두 사라진고 다 괜찮아지는 술이 주는 마법을.
약간의 취기와 약간의 흥분이 주는 쾌락을-
재미없는 인생의 구원처럼.
취한 밤,
이런 날은 이렇게 생을 마감해도 좋을 것 같은
꽉 찬 충족감을 느낀다.
나의 작은 일탈.
술이 주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