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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하 Sep 08. 2024

하루 한 줄이라도 쓰자

10. 쉼



훌륭한 아이가 되지 않길 바란다는 게.

겁이 나서 그래


모두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성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아주 많이 무언가 늘 시키곤 해.

공부를 열심히 시키, 경쟁에서 이기면 뒤처지지 않으면

최소한 남들만큼은 해야 된다는 훌륭한 사람이 나는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


궤변일수 있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학원과 학습지 공부방에 다니고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예체능까지 배워

주말에는 각종 체험활동을 하고

중학교도 들어가기 전 입시에 대한 선행학습을 시작해

영어는 필수고 운동이나 음악 같은 것도 어느 정도

심화과정에 들어가 있지

고등학교는 오직 공부하는 시기라서 운동과 음악은 미뤄두고 수능에 집중해

그렇게 고3시절이 끝난 어느 날

너는 생각해

언제쯤 편히 쉴까?


좋은 대학에 다행히 진학한 너는 비슷한 수준의 성취를 이룬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하며 20대도 치열하게 보내.

그런 너에게 훌륭하게 자랐다고 주변에서는 칭찬이 자자해.

마침내 전문직 혹은 고위공무원까지 오늘수 있는 공무원 혹은 사업가가 되어 비슷한 수준의 배우자를 만나 

집을 사고 차를 사고 아이를 낳고 기르기 위해 열심히 일해.

기특하구나 잘 자라주었어.

보기 드물게 바르고 훌륭하게 자랐어.

너의 아이도 훌륭하게 키워야 한다는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다시 같은 삶을 반복해.


혹은,

수많은 노력에도

좋은 대학진학에 실패한 너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그럭저럭 취업에 성공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돈을 벌고 내 아이는 나보다 나은 사람, 조금 더 성공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이전보다 더 열심히 살아.

다행히 아이는 나보다 조금 성공해.

그러다 문득 돌아보는 거지.

더 잘 사는 사람을 보며 불행해하는 거지.

혹은 어려운 사람을 보며 조그맣게 안도하는 거지.

이게 행복인 걸까?

나는 잘 자란, 자랑스러운 사람이 된 걸까?


과연 나는 잘 키운 걸까, 너를.

너는 과연 집을 돌아오고 싶은 곳으로 생각할까?

너의 쉼은 언제, 어디서 일까?

나의 삶의 성공은, 훌륭함은 이뤄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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