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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하 Oct 22. 2023

각자의 추억

내 어머니와 내 아들.


귤을 먹던 아들이 무심히 말했다.


할머니 보고 싶다.

갑자기?

뜬금없는 아들이 귤을 먹다가 할머니집 이불속에서

까먹었던 귤이 생각났다고. 할머니집에서 귤을 먹고 싶단다.

할머니집은 늘 맛있는 게 많았고 따뜻하고 즐거웠다고.

할머니 제사언제지?

-음력 10월 26일.

-맞아 추운 날이었어. 엄마 나는 추우면 할머니가 생각나.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내 인생최악의 시절이었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기까지 하니까 정말 인생최악의 나이로 확정됐어.


아들이 열 살이었던 겨울.

그해 내 일기장에는 한해를 정말 별일 없이 그리고 별 탈 없이 보냈다.라고 적었는데 그 몇 주 후 엄마는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

11월에 다이어리를 바꾸는 습관이 있는 나는 그해 처음으로 한해를 너무 일찍 정리한 것을 후회했다.

엄마는 서울의 병원에 있었는데 병명을 끝까지 나한테 말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만의 확고한 무언가가 있는 사람이었으므로 나한테 따뜻한 사람은 아니었다.

조금 무섭고 차갑고 안쓰럽고.. 그리고 자주 나를 서럽게 하는 사람이었다.

늘 다음에,라는 말을 했고 중요한 이야기는 깊은 속내의 이야기는 미뤘으므로 끝내 나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아들의 기억 속 내 엄마는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4학년 담임선생님과의 생활이 힘들었던 아들, 직장이 너무 바빠 나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고 코로나로 세상 모든 게 어수선했던 그때.

아들의 의지처는 병원에 있던 내 엄마였단다.

생각보다 자주 통화했고 따뜻한 위로를 받았단다.

아니, 아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할머니는 늘 따뜻했다고 했다. 같이 저녁을 먹고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과일과 간식을 먹고 할머니 곁에서 꼭 안고 잠들던 어린 시절을

자주 그리워하곤 했다.

엄마집은 내게 단 한 번도 안식처가 되어주지 않았지만

아들에게 내 엄마는 다른 사람 같았다.


엄마를 보낸 어느 날

할머니는 엄마한테 미안했데. 늘

  할머니는 나한테 가장 좋은 친구 같았어.라고 했다.


서로 다른 기억 속의 한 사람.

나도 계절이 바뀌려 찬바람이 불면 조금 차갑고 쓸쓸한 기분으로 너무 그리워진다.

지금은 떠나고 없는 내 아들의 가장 좋은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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