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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초하
Sep 03. 2024
하루 한 줄이라도 쓰자
7. 집의 가치
아파트를
샀을 때 정리된 느낌이 좋았다.
구획과 공간이 깔끔히 정리된 그 느낌.
아파트의 가치랄까, 재산성.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아이의 학원에 집의 위치를 설명해주지 않아
도 된다는 거.
마지막으로
지하주차장
.
지독한 집순이인 내가 아파트에 살며 좋았던 것은
단지 그뿐이었다.
다른 집
의 생활소음들과 울림이 있는 내 공간.
이사도 공사도 늘 있는 일상이었다.
층간소음이 지독히
심하지 않아도 내내 위층과 아래층이
신경 쓰였다.
많은 소리가 들리는 아파트였는데 빗소리
는
들리지 않았다.
대로변 방음과 단열이 잘된 아파트는 밖에서 나는
아름다운
소리는 대부분 들리지 않았고 창을 열면 수많은
소음만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비가 와도 빗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빗소리를 내는 지붕도 없거니와 높은 층수에서 땅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자동차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비가 와
도 들을 수 없는 빗소리에
나는 조금 우울했던 것 같다.
15년
전
나는 이곳에
내려와 엄마와 집을 보러 다녔다. 엄마집이 있었지만 엄마도 조금 편하게 드나들 집을 사려했고 나는 그 집에 살기로 했으므로
처음부터 주택을 사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파트를 계약하고 계약금까지 치른 상태에서 보게 된 단독주택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엄마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르다 보니
단독주택을 구입했을 뿐.
당시 나도 엄마도 집을 재산가치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편히 쉬는 공간. 딱 그 정도로만 생각했을 뿐.
치안과 위치가 나쁘지 않고 볕이 잘 들고 내부가 반듯한 주택이 사실 나도 내심 좋았다.
집을 사고 엄마는 집 내부공사가 아닌 외부공사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2층 단독주택의 지붕공사를 대대적으로
큰돈을 들여서 했었더랬다.
당시에는 이해를 못 했지만 사는 내내 엄마의 마음이 무었
이
었는지 알게 됐다. 지붕 덕분에 집의 가치도 삶의 가치도 올랐으니까.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 집을 상속받았을 때 나는 아파트
를
떠
나 이곳으로 돌아왔다.
소음과 아름다운 소리가 뒤섞여 들어오는 곳.
비가 오면 빗소리가 들려온 곳.
엄마가 씌워준 튼튼한 지붕아래서 조금은 평온을 찾아가는 나는 여전히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집의 가치를 평가한다.
집순이에게 딱 맞는 집은 공동주택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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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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