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초하 Sep 03. 2024

하루 한 줄이라도 쓰자

7. 집의 가치


아파트를 샀을 때 정리된 느낌이 좋았다.

구획과 공간이 깔끔히 정리된 그 느낌.

아파트의 가치랄까, 재산성.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아이의 학원에 집의 위치를 설명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거.

마지막으로 지하주차장.

지독한 집순이인 내가 아파트에 살며 좋았던 것은

단지 그뿐이었다.


다른 집의 생활소음들과 울림이 있는 내 공간.

이사도 공사도 늘 있는 일상이었다.

층간소음이 지독히 심하지 않아도 내내 위층과 아래층이 신경 쓰였다.

많은 소리가 들리는 아파트였는데 빗소리 들리지 않았다.

대로변 방음과 단열이 잘된 아파트는 밖에서 나는 아름다운 소리는 대부분 들리지 않았고 창을 열면 수많은 소음만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비가 와도 빗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빗소리를 내는 지붕도 없거니와 높은 층수에서 땅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자동차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비가 와도 들을 수 없는 빗소리에 나는 조금 우울했던 것 같다.



15년  나는 이곳에 내려와 엄마와 집을 보러 다녔다. 엄마집이 있었지만 엄마도 조금 편하게 드나들 집을 사려했고 나는 그 집에 살기로 했으므로

처음부터 주택을 사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파트를 계약하고 계약금까지 치른 상태에서 보게 된 단독주택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엄마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르다 보니 단독주택을 구입했을 뿐.

당시 나도 엄마도 집을 재산가치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편히 쉬는 공간. 딱 그 정도로만 생각했을 뿐.

치안과 위치가 나쁘지 않고  볕이 잘 들고 내부가 반듯한 주택이 사실 나도 내심 좋았다.

집을 사고 엄마는 집 내부공사가 아닌 외부공사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2층 단독주택의 지붕공사를 대대적으로 큰돈을 들여서 했었더랬다. 

당시에는 이해를 못 했지만 사는 내내 엄마의 마음이 무었었는지 알게 됐다. 지붕 덕분에 집의 가치도 삶의 가치도 올랐으니까.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 집을 상속받았을 때 나는 아파트나 이곳으로 돌아왔다.

소음과 아름다운 소리가 뒤섞여 들어오는 곳.

비가 오면 빗소리가 들려온 곳.

엄마가 씌워준 튼튼한 지붕아래서 조금은 평온을 찾아가는 나는 여전히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집의 가치를 평가한다.

집순이에게 딱 맞는 집은 공동주택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고.



작가의 이전글 하루 한 줄이라도 쓰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