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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Dec 08. 2022

2.시작은 나의 즐거움을 찾는 것


 우선 해야 할 것은 내가 무엇을 했을 때 가장 즐거웠는가를 떠올리는 것이다. 행복 앨범 속에 저장되어 있던 장면들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어떤 장면들이 행복했던가. 하교하는 아이를 안을 때. 일주일의 업무가 끝나고 모두 잠든 금요일 밤, TV를 시청하며 혼자 술을 즐길 때. 주말에 여유 있게 드라이브를 하다가, 북한강변의 너른 마당을 품은 카페에서 카페라테를 마셨을 때. 집 앞의 넓은 커피숍에서 아무런 눈치를 받지 않고 책을 읽을 때. 이런 장면들을 떠올리면 나는 미소가 지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아마도 어떤 이에게 행복했던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하고 주문하면 처음에는 난감해하다가 입꼬리가 올라가며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처음에는 막연했다. 그때가 과연 행복했었을까? 그냥 기분이 좋았는데? 행복이라고 감히 이야기해도 될까? 흠... 행복이 뭐 별거인가, 기분 좋을 때를 행복했던 순간으로 치면 되는 거지. 하고 시작해보니 행복했던 기억이 꽤나 많다. 단순한 장면들로 시작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지...


 일단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본다.


 음식. 

 식탐이 많은 나는 맛난 음식을 자주 생각한다. 우울할 때도 맛난 음식을 떠올려서 기어이 먹어야 한다. 먹고 나면 흐뭇하다. 익숙한 음식이나 이국적인 음식을 맛보는 것도 좋아하고 맛집을 찾아 나서는 것도 즐긴다. 여행을 갈 때 꼭 맛집부터 검색한다. 여행지가 주는 매력도 있지만 그 지역의 음식은 맛과 경험이라는 즐거움을 주어서 나에게는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반면에 어떤 이는 음식 먹는 게 귀찮아서 포만감을 주는 알약이 나왔으면 하고 소망한다고 말한다. 그런 그도 플레이팅이 잘 되어 있는 음식점을 찾거나 분위기 좋은 음식점을 가는 것은 좋아한다.


 여행.

 국내 여행지를 많이도 다녔다고 자부했지만 국내에서 가보지 않은 지역이 꽤나 많다. 한국인답게 여행을 가면 지역의 특징적인 것은 다 보아야 한다고 바쁘게 움직인다. 일상의 여유가 없을 때에는 잘 아는 지역을 급하게 여행하기도. 새로운 경험이 필요할 때는 잘 모르는 지역을 검색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어디에 머무르며 어떤 활동을 하고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계획하는 것도 재미를 준다. 검색을 하며 먼저 그곳에 대해 배우고 새로운 정보를 얻는 과정들도 즐겁다. 하지만 어느 정도 여행을 다녀서일까. 이제는 느긋하게 시간을 부리고 여유를 맛보고 싶은 마음도 많다. 게으르게. 최대한 그 지역의 공기를 음미하며.


 만남.

 젊을 때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겼다. 젊어서였는지,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시골에서 살아서인지. 늘 사람 만나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결혼과 육아를 하면서 친구들과 멀어지고 만남의 기회도 적어졌다. 내가 알던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마음을 닮고 싶은 사람을 가까이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졌다. 그러나 손을 내밀면 그들도 기꺼이 손을 잡아 준다. 오래전에 알았던 지인들과 연락하여 소통하는 것도 참 멋지다. 함께 공유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웃을 수 있는 멋진 시간을 선물해 준다. 최근에 20년 전에 다녔던 직장 분들을 정말 20년 만에 만났다. 세월을 비켜간, 20년 전과 같은 얼굴인 분들을 보고 반가웠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그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도 이제는 나이 들어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건지, 그분들이 얼마나 따뜻한 분들이었는지를 깨달았다. 만남은 옳다. 나의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는 만남을 이제 더 자주 만들어 봐야겠다.


 걷기.

 가볍게 점심시간에 종종 걷는다. 익숙한 길을 걷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길을 안내받아 새로운 길을 걷기도 한다. 평탄한 길을 걷기도, 비탈진 산책로를 걷기도 한다. 주택가를 구경해 보다가 새로운 건물이나 상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빠르게 지나치면 놓쳤을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본다. 기분이 가라앉거나 일상이 무료해지고 지칠 때 걷는 것은 가장 좋은 치료약이다. 일상에서 지쳤을 때 낯선 길을 걷기. 사람들에 지쳤을 때 한적한 길을 걷기. 빠르게 걷기. 느리게 걷기. 걷기는 어떻게 걷든 나에게 힘을 준다. 무기력하거나 지루하다 느꼈을 때 무조건 걷자. 어디든.


 기존의 취미.

 취미는 나를 만나는 과정이다. 나를 치유해 주기도 한다. 마음을 보듬어 주기도 하고, 생각을 정화시키거나 나쁜 생각을 몰아주기도 한다. 정적인 취미든, 동적인 취미든 취미를 찾아내는 노력은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취미를 찾기 위한 많은 여정을 했는데, 어딘가에 정착한 것 같지는 않다. 이 또한 사람마다 다르리라. 가끔은 베이킹을 하고 어떤 날은 뜨개를 하고 볕이 좋은 날은 꽃을 가꾸는 베란다에서 멍 때린다. 내가 하는 것들 중 어떤 취미가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지. 만족감을 주는지. 또 어떠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새로운 취미.

 취미들을 발견하기 위하여 새로운 것들을 배워왔다. 서양화를 배웠으나 앉아서 오랜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는 것이 육아하는 내 상황과 맞지 않아 쉬고 있다. 스노보드를 열심히 탔으나 지금의 상황과 맞지 않아 아쉽게도 장비들은 긴 수면 중이다. 그때의 나는 새로운 것을 배웠고 재미를 더 느꼈다. 새로운 도전이 흥미로웠고 성취감을 맛보게도 해주었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나를 흥분하게 하고 지루하지 않게 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빠르게 가는 시간을 느리게 만들어주고 남은 시간은 더 길게 쓰고 쉽게 늙지 않는 방법이라고 했다. 새로운 취미를 만들기 위하여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다. 지금의 나는 타인이 추천해주는 도서 읽기와 생각을 정리하는 글쓰기를 새로운 취미로서 길들여 보려고 한다.


그리고 옆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주말에 무엇을 하나요?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무엇을 하세요? 무엇을 할 때 즐거우시나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재미있다. 또 배울 수 있다. 삶의 지혜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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