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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Dec 07. 2022

1.행복 버튼 누르기


 행복의 기원(서은국, 2014)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고 삶과 행복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골몰히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을 들여다보면 사람의 뇌는 궁극적으로 생존과 종족번식의 본능에 풀가동하고 있다. 진화론적으로 인간, 동물의 뇌는 그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잘 먹고사는 사회가 되었어도 인간의 뇌가 따라가지 못하고 생존을 위하여 사회적 활동을 하게 된다고 했다. 고립되지 않고 잘 살기 위하여 안전한 무리 속에서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궁극의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식사를 하는 것이고, 그것이 생존과 종족번식의 본능에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행복은 생존을 하기 위한 도구라고 한다. 즉 행복은 삶의 목표가 아니라, 살기 위한 방법과 도구로 행복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그렇다면 행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고안해 내야 살 가치를 느끼고, 잘 산다고 느낀다는 것인데... 뇌 속의 행복 버튼을 자주 누를 수 있게, 종종 행복감을 떠올리면 어떨까?


 가령 '행복활동 모음집'처럼, 더 행복할 방법들을 구비해 놓고 꺼내 쓰는 거지.


 재활병원에서 만났던 모든 환자들이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게 행복입니다.'라고 말했다. 연세 드신 분들은 이제껏 살아온 철학이라고 웃으며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지만, 젊은 분들은 '그 세 가지가 안돼서 그것밖에 생각할 겨를이 없네요.'라고 한다. 병원에 입원한 분들께 그 외 것은 사치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어쩌면 심각히 고민을 못했을 뿐 생존을 위한 '잘 먹기'가 가장 기본이자 최고의 목표이고 다른 것들은 그것을 서포트해주는 것일 뿐이다.


 너무나 힘들어서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주변의 도움 없이 나 홀로 독박 육아를 하며 하루 종일 울어대는 갓난아기를 키울 때 너무 힘들어서 나쁜 생각을 했었다. 그야말로 종일 아기띠를 메고 잠도 못 자고 못 먹으니 생존의 위협을 느낀 것이었으리라. 나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도 가끔 속내를 말했었다. 한 발 내딛으면 떨어지는 건데 그 몇 센티 발 디딛는 게 그렇게 어렵네요, 딸 생각에. 그리 말한다. 그렇지. 나의 생존이 나의 자식의 생존과 관련이 되어 있으니 나의 뇌가 나를 꽉 붙들고 있는 거지.

 되돌아오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삶에 애착이 많아서 죽기가 어렵다."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네. 꽃도 가꾸어야 하고. 맛난 음식도 더 먹어야 하고. 세상에 맛난 것들은 왜 그리 많은 건지. 애들이 더 크면 좋은 곳으로 여행 가서 신기한 음식도 먹어야겠고. 베이킹을 하겠다고 비싼 오븐을 사놓았는데 내가 죽어 버리면 쓰레기가 되어 버리고. 수영도 취미라 수영복도 돌아가며 입어 봐야 하는데. 구구절절 하고싶은 것들이 많아서, 살아야 할 이유가 많아서, 그것들이 내 발목을 잡는다. 아니, 그 기쁨들이 나를 살린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의 느낌을 알기에 삶을 버릴 수가 없다.

우리가 힘들다 느낄 때 죽고 싶다는 감정도 올라온다. 그 힘들다는 감정은 내 생명에 위협을 주니까. 내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메시지가 내 생존에 위협을 준다. 그럴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행복 버튼을 눌러 잘 살고 싶다는 것을 뇌에 깨우쳐 줘야지.


 "행복하다. 행복하다."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면 더 행복해진다.

 머릿속에 머무르는 생각보다 내뱉는 말은 더 확실한 각인효과가 있고 내뱉은 말은 머릿속의 생각보다 더 구체화된다. 순간 기쁨을 느낄 때도 "행복하다!"라고 말하면 정말 더 큰 행복으로 다가온다.


 어느 날 제라늄을 키우는 베란다에 햇살이 가득 들어차 그곳에 의자를 놓고 책을 읽다가 거실의 스툴을 아예 가져와 누웠다. 그게 어찌나 노곤하면서 달콤하던지. 직장에 출근하면서 놓쳤던 그 한가로움과 나른함이 너무나 행복해서 소리 내어 말했다. "행복해!" 입 밖으로 내는 이 말소리를 내 귀로 들으니 더 행복해져서 더 크게 "아!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혼잣말로 행복하다고 말한 내가 어색해 웃음이 나왔다. 그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행복하다고 말하니까 더 행복해졌었다. 그 이후로 기분이 살짝 좋을 때도 행복한 순간이라고 머릿속으로 인식하고 박제해 둔다. 지금 기분이 좋다, 이게 행복이야!라고.

 이것은 행복 앨범 속에 넣어둔 하나의 기억과 장면이다.


 가끔씩 예기치 않게 여유로운 시간이 온다.


 아이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어딜 간다던가.

 휴가를 나 홀로 사용할 수 있다던가.

 조퇴가 가능한 상황이 될 때.

 멈칫한다.

 너무나도 자동적으로 내 시간 없이 살아와서 그 시간을 어떻게 만끽하며 행복해할 수 있을지 어떻게 활용할지 몰라서 결국 집으로 간다. 집에서 할 일이 생각이 나서. 안돼! 이러면 안 된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지.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 외에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행복감을 느껴보자!


 그래서 '행복활동 모음집'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내가 행복해하는 취미나 활동들을 생각해보고 유용하게 꺼내서 활용해 보려고.

 '지금, 행복이 필요하다!' 싶을 때 행복 버튼을 눌러서 행복할 수 있는 활동을 꺼내 행동으로 옮기며 살아가리라.


 그래서 나만의 '행복활동 모음집'을 만들어 보기로 한다.


 먼저, 나는 무엇을 제일 좋아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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