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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Dec 23. 2022

3.음식

뭐니 뭐니 해도 기분전환에는 먹는 게 최고!


  생존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음식이다. 먹으며 만족감과 포만감을 느낀다. 부정하려 해도 어쩔 수 없이 먹는 것은 즐겁다. 좋아하는 사람과 즐기면 더 맛나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본능에 가장 충실한 나는 음식이 주는 기쁨이 크다. 엄마 말씀으로는 내가 여섯 살인가, 쌀을 살 돈도 없는 때에 마침 쌀이 똑 떨어졌는데 내가 밥을 더 달라고 했단다. 그게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고 가끔 말씀하신다. 어려서 못 먹었던 이유로 성인이 되어서 식성이 좋은가 했더니 그냥 본능에 충실한 것이었다. 하하.


 어떤 분은 금요일 밤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곱창볶음에 맥주 한 잔을 곁들이는 것이 행복이라 했다. 또 한 분은 아침에 샐러드와 달걀 프라이, 빵 한 조각을 먹는 것이 낙이라 했다. 다른 분은 좋아하는 사람과 포장마차에서 포장마차 특유의 안주에 소주 한 잔 하는 것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커피 한 잔을 하면서 동료와 점심시간에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한다. 이왕이면 산책도 곁들이고.


 20대에는 음식에 순위를 매긴 적도 있었다. 1위 음식이 회였고 2위가 김치볶음밥이었다. 나이를 먹고 이것저것 먹어보니 순위가 그대로 남아 있지도 않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나의 TOP10의 음식은 과연 무엇일까?




 속초에 가면 물회를 잘하는 집이 있다. 깔끔하고 매콤한 육수에 각종 회와 야채를 넣어 씹는 맛이 좋다. 반찬도 깔끔하다. 반찬 중에 감칠맛 나는 미역국은 밥을 말아먹어도 한 끼 음식으로 충분하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 집은 로봇이 음식을 배달해 주어 어린아이들이 신기해하며 좋아한다.


 15년 전 미아삼거리에 포장마차에서 야채곱창볶음을 먹은 적이 있다. 처음 먹어본 음식이었는데 깻잎 향과 아삭한 양배추의 식감,  쫄깃한 곱창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술도 음료도 없이 포장마차에서 서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집만큼 맛있는 야채곱창볶음이 없었다. 그 포장마차는 이제 없어졌고 어디로 이전해 갔는지 알 수가 없다. 집념으로 그 집을 찾아보리라. 지금은 대체할 만한 곱창볶음집이 있어 가끔 찾는다.


 떡볶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떡볶이를 좋아한다. 나 또한 조미료가 간간히 들어간 멸치육수 맛이 나는 떡볶이를 좋아한다. 쌀떡보다는 적당히 쫄깃한 밀떡을 선호한다. 검색하던 중에 박막례 할머니의 레시피가 있어서 그대로 요리해 보니 내 입맛에 딱이었다. 가끔은 초등학교 앞의 떡볶이도 사 먹고 시장통 안의 떡볶이 집도 찾아간다. 가끔 누군가 맛있다더라 하는 떡볶이집은 성지순례처럼 일정을 잡아서 찾아간다. 베스트셀러인 책 제목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있지 않은가. 떡볶이 이야기인 줄 알고 책을 구입한 지인이 허탈해하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실제로 떡볶이 이야기는 안 나온다. 아. 그래! 나는 떡볶이에 김말이를 꼭 넣어야 한다. 특별한 맛도 없는 김말이가 무슨 맛이냐고 묻는 이가 있던데 김말이의 고소함은 아는 이만 안다.


 20대 후반에 처음 먹어본 음식이 아귀찜이었다. 아귀의 야들야들한 살과 아삭한 콩나물이 입안에서 어우러지면 치킨의 겉바속촉 저리 가라이다. 나는 아삭함과 부드러움, 바삭함과 말랑함의 조화를 선호하는 듯하다. 아귀찜에 미더덕이 빠지면 섭섭할 정도로 그 향을 좋아한다. 또 살짝 매콤해야 기분도 좋아진다. 하얀색의 아귀찜은 나를 유혹할 수 없다. 맵기가 강한 것은 감당할 수가 없지만, 살짝 매운 것은 답답한 가슴이 뚫리는 듯하다.


 대게찜. 이 음식은 외할머니를 떠오르게 한다. 아직 학생이던 시절, 친구가 포항에서 공부를 하여 친구를 찾아간 적이 있다. 그 지역의 죽도 시장에 유명한 것은 대게찜과 과메기였던가. 그 친구를 따라가서 대게찜을 처음으로 먹어보았고 엄마가 떠올랐다. 시장에서 찐 후 택배를 보내면 다음날 받을 수 있었더란다. 엄마는 외할머니와 함께 대게찜을 처음으로 맛보았는데, 두 분 모두 만족하셨더란다. 외할머니는 그날 이후 내 생애 가장 맛있는 음식은 대게찜이었다고 말씀하셨단다. 엄마도 맛있게 드셨지만, 외할머니에게 대게찜을 드릴 수 있어서 뿌듯했다고 회자하신다. 그런 추억이 있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이다. 한때는 대게를 무한 리필해주는 음식점을 찾아다닌 적도 있었다. 한번 맛보면 끊을 수 없는 맛!


 칼국수. 칼국수는 당연히 바지락 가득 넣고 양파, 애호박이 들어있는 칼국수가 최고였었다.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 그런데 20대 중반에 서울 명동에서 처음 고기 칼국수를 맛보았을 때 그때의 깜짝 놀랄 만한 맛의 기억은 또 잊을 수가 없다. 바지락 칼국수가 최고인 줄 알았던 내게 아주 충격이었다. 간장과 고기 맛이 나는 칼국수는 굉장히 생소했는데 마늘이 많이 들어간 김치와의 맛이 조화로웠다. 이 맛을 여태 몰랐다니! 고기 칼국수가 바지락 칼국수보다 한 수 위로 느껴졌더란다. 그런데, 지금 직장 앞에 들깨칼국수가 유명한데, 그 맛 또한 기가 막히다. 들깨의 비릿한 맛보다 고소한 맛으로 승화시킨 이 칼국수는 먹어도 물리지가 않는다. 들깨를 넣어 육수가 걸쭉한데 누구와 이곳을 가든, 늘 설거지하기 좋을 정도로 그릇을 싹싹 비우고 온다.


 크로와상. 빵이라면 단연코 크로와상이 최고다. 한 겹씩 뜯어지면서 빵 같기도 과자 같기도 한 크로와상은 버터맛이 강하고 고소하다. 어느 빵집이든 크로와상이 맛있다고 외쳤던 시절이 있었고, 크로와상이 기가 막히게 맛있는 빵집을 극찬하기도 했었다. 요즘은 소금빵이 유행이라고는 하던데, 나는 여전히 크로와상이 좋다. 크로와상은 그냥 먹어도 맛있고, 커피랑 곁들여도 맛나다. 와플기에 눌러 크로플로 해 먹어도 더 바삭해져서 좋다. 크로와상 사이에 양상추와 샌드위치를 넣어서 먹어도 별미다. 간식으로도 브런치로도 훌륭하다.


 커피. 한 때 나는 카페인 중독자였다. 하루에도 커피를 몇 잔씩 부어댔다. 청소년기부터 아무 때나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잘 자는, 잠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최근까지도 부드러운 카페라테를, 산미 적고 쌉싸름한 원두를 넣은 카페라테를 찾아 헤맸다. 산미가 높은 원두가 신선하다고들 한다. 약간 탄 맛이 나는 고소한 원두에 우유를 섞으면 고소하고 달달하게 느껴진다. 각성이 필요할 때,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 카페라테를 찾아 헤맸다. 그러다 어느 날, 내 몸 안에 불안이 높아진다고 느꼈는데 어떤 의사분께서 내 심장이 너무나 빠르게 뛴다고 말해 줬다. 불안이 높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데 카페인까지 들이부으면 각성 수준이 너무나 높아져 더 불안할 거라고 했다. 카페라테를 정말 좋아하는 나로서는 정말 슬픈 일이었다. 그렇지만 노력해 보기로 하였다. 다른 대체할 만한 음료가 무엇이 있을까? 루이보스티, 얼그레이 밀크티, 녹차, 생강차, 모과차, 유자차, 자몽차... 등등을 시도해 보았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요즘 종종 마시는 것은 발포비타민. 물을 더 마시자 싶어서 생수를 먹다가 조금 달달하게 비타민 물도 마신다.


 하나씩 음식을 정리해보자니 추억도 샘솟는다. 적어도 내 경우에 음식은 가장 쉽게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에 다양한 음식 리스트를 갖고 있는 것이 유리하겠다. 쉽게 행복감을 주고 살아 있음을, 살아가야 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기에. 더 많이 작성해 놓아야겠다.





  새로운 음식과 장소에 도전하기. 맛있는 음식을 메모해 두기.

 1. 의정부 쪽 너른 마당의 카페 가기.

 2. 꽃과 식물이 많은 카페에서 브런치 먹기.

 3. 팔당에 한식집 가기.

 4. 음식점 추천받기.

 5. 검색하고 찾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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