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들어도 기분 좋은 여행. 글자만 보아도 설레는 그 여행.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집을 떠나 어딘가를 찾아가는 것. 그곳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에 마음도 몽글몽글해진다. 여행은 왠지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듯한 감정, 썸을 타는 이성을 만나러 가는 기분과도 같다. 그곳을 만나기 전까지 몰입되어 있고 자주 입꼬리가 올라간다. 가는 곳을 검색해보고 사람들이 다녀간 곳 중에 마음에 드는 곳을 하나씩 골라본다. 나는 어느 곳을 좋아하는지 쭉 훑어보고 어디를 갈지 정해 본다. 검색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이미 여행 중이다. 태생은 즉흥 여행을 즐겨하는 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여행을 계획하는 것부터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격 검사의 일종인 MBTI에 J형이라 그렇다고는 하는데, 즉흥 여행도 즐겁긴 하지만 여행을 계획하는 일부터 즐거울 때가 더 많다.
최근 1여 년 간은 국립휴양림을 예약해서 자주 가보았다. 휴양림이 곳곳에 있어서 가까운 근처부터 시작하였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몰랐던 지역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1년 동안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를 더 마신 듯하다. 휴양림은 산림청 홈페이지에서 지정된 날짜에 예약을 받는다. 당일 9시부터 예약을 받기에 경쟁률이 높은 휴양림은 당첨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추첨제인 곳도 있다. 나는 주로 예약 가능한 날짜에 금요일과 토요일의 1박 2일을 예약해서 간다. 운이 좋으면 토요일에 갈 때도 있다. 휴양림을 산책길을 이용하는 것도 좋고, 박물관이나 연계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좋다. 휴양림 안의 산속 놀이터나 암벽등반 같은 산림레포츠를 이용하는 것도 만족스러웠다.
여행지를 목적지로 두고 가는 길에 여기저기 둘러보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춘천 막국수체험관에 들러서 직접 국수를 만들어 보고 먹어 보았는데 색다르고 맛도 있었다. 그 길에 애니메이션박물관과 토이로봇관을 들렀다.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너른 잔디밭에서 북한강변을 바라보는 것도 운치 있었다. 박물관을 나온 아이들은 너른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놀이터에서 즐겁게 논다. 그리고 춘천 화목 수목원은 종종 들르는 편이다. 예쁘게 펼쳐진 풍경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정원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춘천에 맛난 것도 참으로 많지만 감자빵을 꼭 사 온다.
어쩌다 알게 된 강릉의 한옥마을을 예약해서 갔었다. 비 오는 날이어서 더 운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한옥이 주는 편안함과 고요함이 더 좋아진다. 어렸을 때 보는 시선과 달라서일까. 기왓장의 곡선들, 나무와 기왓장의 색감의 조화, 너른 잔디밭, 마른 땅바닥과 어우러지는 한옥이 그렇게 예뻐 보인다. 북적거리는 강릉과 속초를 들렀다가 이곳에 가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종종 주변의 추천을 받아서 검색해서 가보기도 한다. 이야기를 하다가, '양평의 어느 커피숍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핸드폰에 메모해 둔다. 종종 가보고 싶은 곳들을 저장해두면 여행 통장에 저축해둔 여행지 같아서 마음이 든든해진다.
나는 무기력해지는 날은 어떻게든 시간 내서 걷는다. 어느 날은 익숙한 곳을 걷고, 어느 날은 낯선 곳을 걷는다. 매번 가는 길이었는데 다른 샛길로 가본다. 땅을 보고 걷지 않고 주변의 건물들을 탐색한다. 색색의 다른 벽돌들, 가로수들, 길가에 핀 꽃들을 보며 걷는다. 가끔은 그 꽃들에게 말도 걸어보고, 나에게도 말을 걸어본다. 생각이 많아질 때는 주변에 사람들이 없을 때 내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해보기도 한다. 혼잣말처럼 이야기해보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기도 한다. 가까운 곳에 가야 할 때는 걸어가 보기도 하고, 늘 타던 버스 대신 다른 버스를 타고 걷기도 한다. 낯설지만 새롭다. 그게 또 기분전환이 된다. 그 동네의 상쾌한 공기를 마셔보고 느껴본다. 이 동네의 분위기는 이렇구나... 분위기를 잘 모를 때에는 그냥 낯설다의 느낌이지만, 아, 이 동네는 조금 삭막하다, 정감 있다, 낮은 담들로 편안하다, 시골 같은 느낌이 아직 남아있네, 등등의 느낌들을 생각해 본다. 머릿속의 가득한 나쁜 생각들을 밀어내고 느낌을 말해본다.
여행이 별 거인가. 가보고 싶었던 곳 가보는 것. 버스를 타도 여행. 걷는 산책길도 여행. 마음에 드는 책의 한 페이지를 발견했을 때도 여행.
기분 좋게 앉아 있는 그곳도 나에게는 여행지이다.
어느 날은 1시간 조퇴하고 외떨어진 커피숍을 찾았다. 식물들이 많고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그곳은 아무래도 당분간 나의 도피처이자 여행지가 될 것 같다. 1시간 동안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여유. 바쁘게 퇴근해서 집안일을 하지 않고 여유를 즐기는 기분. 이런 것도 여행으로 느끼고 행복감을 만끽해 본다. 바쁠 때 쪼개어 낸 이 시간들을 여행.이라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면 특별해진다. 늘 다니던 커피숍 말고 색다른 곳을 다니며 여행 간다고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