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님, 내가 젊을 때는 말이야..."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되는 어르신들의 과거 얘기에 정해진 수업 시간을 또 넘기게 생겼다는 생각에 답답해진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나 역시 강사 소개를 하는 PPT에 나의 이력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지 않았던가.
잠시 숨을 고르고 이분들이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한때 대기업 임원이었다."
"공무원으로 40년을 바쳤다."
"직원 수십 명을 거느렸던 회사의 대표였다."
이건 단순한 자랑이 아니다.
'나도 한때는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라는 인정 욕구다.
스마트폰은 서툴러도, 내 안의 경험과 지혜만큼은 여전히 가치 있다고 여겨지고 싶은 간절함. 결국 어르신들과 나는 다를 게 없는 욕망을 가진 사람이다.
젊을 때는 성과로 인정받고 싶어하고, 나이 들면 과거의 영광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방식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이제는 그분들의 긴 이야기를 더 따뜻하게 듣는다. 어르신들의 얼굴에서 미래의 내가 보여 더욱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오늘도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는 대신 어르신들의 인생에서 훨씬 소중한 걸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