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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익어가는 과정

폭삭 익었수다

by 김땡땡

마주하고 싶지 않은 chapter 2. 사람이 익어가는 과정


무자본 창업이라는 얘기를 들어보셨나요? 그렇다면 무자본 임금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진정한 창조경제를 원하시나요? 임금을 주지 않고서 직원을 채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창조 사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곳의 기억을 꺼내보면 늘 '왜'라는 단어가 맴돌았던 시기입니다.

그때의 과거를 통해서 '사람이 익어가는 과정'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B라는 회사를 다닐 때의 기억입니다.

모든 직원들의 스마트폰으로 '국민연금 미납'이라는 메시지가 날아왔습니다. 그리고서 사정이 나아지면 미납된 4대 보험을 내겠다는 대표를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미납된 보험료가 1년을 넘어갈 시점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일이 생겼지요. 그 당시 은행 직원의 말이 생생합니다. '사업장의 4대 보험에 대해서 이상이 없다면 대출에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라는 얘기였다.


그 당시의 대출은 나에게 몹시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바로 대표에게 가서 '나의 사정'에 대해서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서 돌아온 대답은 '다시 은행 가서 정확히 확인해 봐'였습니다. 결론으로 넘어가게 되면 대표는 4대 보험을 낼 금액이 없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서 바로 퇴사를 했습니다.


4대 보험이 1년 치가 밀릴 정도의 재정이라면 언제든 급여가 안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정이 나아지면 내겠지'라는 생각에 모두가 익어가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게 저 또한 익어갔지요.

익고 익다 못해서 썩은 줄도 몰랐습니다.


퇴직금의 문제가 남아있었습니다. 퇴사 후에 퇴직금이 들어오지 않았고, 이로 인해서 분명 급여명세서에는 퇴직금 명목으로 떼어진 돈이 있음에도 안 나오니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대표가 언성을 높이며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연락한 것들에 대한 증거 또한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가량을 지지고 볶아서 겨우 퇴직금을 받아냈습니다.


참 놀라운 부분 중에 하나는 저보다 먼저 퇴직하신 분은 제가 퇴직금을 받은 이후에도 여전히 받지 못한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그 당시에 '사람은 상황에 익어가고 썩어가는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조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점점 그럴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면서 차츰 익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나의 퇴직금과 4대 보험을 체납했던 '그'도 꿈돌이였네요.

여전히 의아합니다. '그곳에 있던 직원들은 왜 익어가는 걸 선택했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익혀지고 있다면, 그 즉시 망설이지 마세요. 당장 당신의 중지를 지켜 올려서 나는 익혀질 생각이 없음을 전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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