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이 너무 멀게 느껴질 때

괜찮음은 목적지가 아니다.

by 서쪽창가

오늘도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괜찮아.”

그 말은
내 마음에 닿기 전
바람처럼 스쳐 나가 버렸다.

나는 아직 그 길을 걸어가는 중인데
왜 벌써 도착하라고 하는 걸까.

괜찮음이
멀리 있는 섬처럼 느껴졌다.
그곳에 닿기엔
내 배는 아직 노를 젓는 중이었다.


그날, ‘괜찮아’라는 말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평소처럼 무심히 건넨 말일 수도 있고, 진심으로 나를 위로하려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은 내 마음에 들어오지 못하고, 바람처럼 스쳐 나가 버렸다.

그 말은 가볍게 웃으며 건네졌지만, 그 웃음 속에 담긴 미묘한 불편함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내 이야기를 더 듣고 싶지 않다는,

여기서 멈추자는 신호처럼.
그 순간, 나는 입을 다물었고 대화는 금방 끝났다.
남겨진 건 말하지 못한 마음뿐이었다.

마음 한구석에서 작은 저항이 일었다.
“나는 아직 괜찮지 않은데… 왜 벌써 괜찮아야 하는 걸까.”

누군가의 ‘괜찮아’ 속에는,

가끔 ‘이제 그만 힘들어하라’는 뜻이 숨어 있는 것 같다.
마치 내 고통과 혼란이 얼른 정리되고, 끝나야만 하는 숙제처럼 느껴진다.

그 말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 말이 내 마음과 거리를 두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버티는 방법, 내가 아픈 이유, 내가 아직 거기 머무는 시간을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인지, 때로는 ‘괜찮아’보다 이런 말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네 마음이 이해돼.”
“그렇게 느껴도 돼.”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아.”

이런 말에는 서두름이 없다.
결과를 요구하지 않고, 나를 당장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인정하고, 그 자리에 함께 머물러 준다.

괜찮음은 목적지가 아니라, 가는 길 중간에 놓인 의자였으면 좋겠다.
잠시 앉아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 길 위에서 옆에 있어 주는 사람 하나만 있어도,
멀게만 느껴지던 마음이 조금은 덜 멀게 느껴진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먼저 말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나, 조금 괜찮아졌어.”
그건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서 천천히 피어나는 진짜 괜찮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