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어버린 순간들

사라졌던 나를 부르는 시간,

by 서쪽창가

언제부터였을까.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를 또 견뎌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던 때.
거울 속의 나는 나를 닮은 사람 같았고,
입가엔 웃음이 있었지만 눈빛은 비어 있었다.
아이의 목소리에 한 박자 늦게 반응하던 그 무렵,
나는 조용히, 아주 천천히, 내 안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괜찮은 직원이어야 했고
집에서는 괜찮은 엄마여야 했다.
누군가의 기대를 채우느라
내 마음은 점점 작아졌다.
밥을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했고,
하루가 흘러도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시간은 흘렀지만, 나는 그 안에서 멈춰 있었다.

어느 날, 문득 회사 복도 한가운데서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떠올랐다.
한때 나였던 사람.
웃음이 자연스러웠고, 꿈이 있었고,
사소한 일에도 설렜던 그 사람.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아주 작은 일들을 다시 시작했다.
창가에 앉아 햇살을 보고,
아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숨을 깊게 쉬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들이었지만
나에게는 ‘다시 나로 돌아오는 연습’이었다.

잃어버린 나를 완전히 되찾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안다.
그 시간들조차 나를 만들어 온 과정이었다는 걸.
그저 버티던 날들이 쌓여
조금은 단단한 내가 되었음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저 버티는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
언젠가 다시, 온전히 나로 서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