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남아있는 것들에 대하여,
끝내 남아 있던 것들에 대하여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것들을 잃어가며 살아간다.
계절도, 사람도, 마음도
어느 순간엔 당연했던 자리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사라진 것들은
대개 이유를 남기지 않는다.
붙잡을 새도 없이 떠나고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시간 속으로 스며든다.
그래서 한동안 나는
사라지는 것들만 바라보며 살았다.
무엇을 잃었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끝내 붙들지 못한 마음은 무엇이었는지를
계속 되묻곤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조금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라진 자리에
의외로 남아 있던 것들이 있었다.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마음,
끝내 포기하지 않은 하루,
그리고 여전히 숨 쉬고 있는 나였다.
남겨진 것들은
크게 빛나지 않았다.
대단한 의미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
다만 조용히 그 자리에 머물며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었다.
이 글들은
사라진 것들을 애도하기 위한 기록이기도 하지만
남겨진 것들을 알아보는 연습이기도 했다.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기보다는
끝내 남아 있던 마음을
조용히 인정하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안다.
모든 상실이 공허로 끝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사라지는 것들 뒤에는 언제나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잃어가겠지만
그만큼 또 남기게 될 것이다.
이 마음으로,
지금의 나로,
조용히 다음 시간을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