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상처, 남겨지는 단단함.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by 서쪽창가

상처는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왔어.
마음 한구석을 툭 건드리는 말 한마디,
뜻밖의 시선 하나에도
생각보다 깊게 흔들리던 날들이 있었어.

그때의 나는
왜 이렇게 아픈지 이해하지 못했어.
사소한 말이었는데도
한참을 마음에 담아두고
혼자서 수백 번 되뇌던 날들이었어.

시간이 지나면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을 때도 많았어.
문득 떠오르는 마음 한 조각에
다시 아려오는 날도 있었어.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내가 참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
상처가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되었어.
누가 치유해 준 것도 아닌데
내가 스스로 견디며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던 거였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아픔은 조금씩 옅어졌고,
그 자리에
나를 지키는 힘이 쌓여 있었어.
누구의 말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
잠시 흔들려도 오래 무너지지 않는 마음이
내 안에 자리하고 있었어.

돌아보면
상처는 사라졌지만
그 시간이 남겨준 단단함은
내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버팀목이었어.

그게 이 모든 시간을 지나온
유일한 선물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