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2] 신뢰

온전한 힘으로 너를 믿는다.

by 봉자필름

사람을 믿는 것도 능력인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기계와 공존하며 기계의 힘을 믿는 사람 존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이 기계를 닮아가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에 대해 굳이 믿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모든 것들이 정해져 있지 않은,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 메타모더니즘이라고 하는 시대 정의에 도달할 수록, 사람이 갖춘 가치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언제인가부터 우리는 경계를 짓고, 신뢰를 감추고, 소통을 줄입니다. 그러나 그 손해는 오로지 나의 몫입니다. 그래서 지난 글에서처럼 저는 빗장을 허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신뢰, 믿음을 말해 봅니다.


#1. 신뢰

신뢰란 상대나 제도, 상황이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할 것이라고 믿고 그에 따라 마음을 맡기는 상태라고 합니다. 마음을 맡기는 상태여야 한다는 말이 흥미롭습니다. 나의 마음이 온전히 상대에게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의 마음이 충분하게 상대에게 기댈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의 마음이 충분하게 기대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저, 우산을 받쳐들고 환하게 웃는 사람1과 믿음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2가 있습니다. 믿음에 대한 저서를 홍보하는 출판사의 홍보 그림인데, 홍보성을 지우고 너무 저 둘의 믿음에 대한 눈빛이 그리워 가져와 봤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누군가에게 저런 미소와 저런 눈빛을 준 적이 있나요? 저 둘의 마주보는 눈맞춤에서 신뢰의 정의를 공감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맡기다...


#2. 마음을 맡기다.

상대가 의도적으로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는 기대. 그 기대에 따라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태도. 인공지능에게 물어본 신뢰의 뜻입니다. 참,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잘 풀어도 놓았습니다. 마음을 맡기다는 것은 불확실성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여운이 남습니다.


끊임없는 질문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탐구심을 추구하는 긍정성을 갖고 있지만, 질문은 의혹과 의심을 만든다는 부정성도 내포됩니다. 사실 후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란 적이 없습니다. "왜?"라는 질문은 지식인으로서, 직업인으로서, 끊임없이 해야 하는 업보라고 생각해왔고, 글을 통해 사람을 통해 지속적인 비판적 질문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삶을 더욱 나아갈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신뢰는 질문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이자 힘인 것 같습니다. 묻지 않아도 되는 것. 왜라고 반문하지 않아도 되는 것.


#3.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모든 관계에서 신뢰를 추구하지 못하였나?

위와 같은 질문을 저 스스로에게 다시 하지 않을 수 없네요. 갑자기 부끄러워집니다. 안전한 공간에서는 신뢰가 필요없지요. 이미 구축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나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신뢰가 힘을 발휘합니다. 그렇다면, 제 지금의 불확실한 모든 미래 속에서 필요한 것은 신뢰인 것입니다. 이미 나에게 정해져 있는, 이제는 거의 소모되어 버린 에너지들을 다시 그러모으기 위하여,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려면 나에 대한 신뢰, 상대에 대한 신뢰가 우선인 것입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에게 향하는 "왜"라는 질문을 마음 안으로 거두는 것입니다. "이유가 있을거야."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지극히 낭만적인 결론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도 아니고, 방관자로서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각자가 가진 선의를 믿고 비스듬히 기대어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또 한번 어려운 정답을 적고 있습니다.


#4. 신뢰의 힘

에릭 M. 우슬러너는 그의 책 [신뢰의 힘]에서 신뢰의 도덕적 토대를 말합니다. 대학원 읽기 자료로 산 책인데 잘 읽혀지지는 않지만 신뢰에 대해 고민하기 위하여 반드시 읽어야 할 책 같습니다. 전략적 신뢰에서부터 도덕적 신뢰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 그래야 기계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사람존재의 가치에 불확실함이 더해지는 이 시대를 버틸 수 있겠습니다.


#5. 에필로그

그러나 거대 담론으로 풀어내지 말고

이제 알겠습니다.

나를 믿겠습니다.

당신을 신뢰합니다.

우리를 신뢰합니다.

그 가치의 소중함을 어렵지만,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도 이를 가르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