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신나 신나~~!!
정월대보름이 다가올 때면 일주일 전부터 분유 깡통을 찾아 못질을 해댄다.
그리고, 정월대보름 신나게 밭에 나가 쥐불놀이를 한다.
쏟아지던 달빛과 열심히 돌아가던 깡통 속 불.
지금 생각하면 그 불은 어디서 났을까?
어른들은 없는 시커먼 밤
동네 아이들과 놀던, 신기한 건 화상을 한 번도 입지 않았다는 것.
시골에서 자란 나는
술래잡기, 비석차기, 고무줄놀이, 쥐불놀이, 담장 뛰어넘기, 숨바꼭질
그냥 밤이면 마을 경찰서 앞마당에 삼삼오오 모여
그날 모인 애들끼리 이것저것 했나 보다.
초등 고학년
비디오가게가 생기고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보며 영화에 눈을 뜨고,
중학교 방송반과 영화동아리를 하며
새벽에 혼자 거실에서 보던 비디오테이프는 나의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었나보다.
고등학교의 방송반
유영석, 유희열, 신해철의 라디오는 매체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렸고,
OO사대 윤리교육과를 학교장추천 논술전형에서 떨어진 나는
점수에 맞춰 OO대 신문방송학과를 입학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영화, 라디오, 매체 비평, 방송,
굉장히 어설픈 감각이었지만 매체를 분석하고 그 안에 숨겨진 메시지를 해석하고
그 속에서 사회 현상을 읽어내는 게 참으로 재미있었나보다.
학과 내 영화분석동아리, 학부 내 방송제작 동아리, 그리고 연극동아리 스태프까지...
정말 어설픈 실력이었지만,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를 좋아하고,
술을 깨려 마시던 편의점 녹차는 쌉쌀하였으며,
그리고 다시 앉은 순대국의 소주집과
동이 터오는 길을 걸어서 집에 가던 그 시절들.
여의도 한강에서 신문지를 둘러싸고 밤을 새고,
편집실 스티로폴 반사판 위에서 잠을 자며 날을 새고,
덕분에 교수실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었던, 그 시절.
정말 어설픈 실력이지만 상상하고 만들고 토론하고 ...
그 즈음이었다.
문화가 갖는 힘. 문화가 높은 나라. 문화자본의 힘이 갖는 영향력.
나는 잘 못하지만 이 길은 재미있을 것 같아서.
교사의 시작도 국어교사가 아닌 방송과 교사를 선택하였고,
분명, 국어교사가 될 길이 있었으나
방송을, 미디어를 택했었다.
오늘,
광화문에서 방탄소년단의 컴백무대가 열렸다.
넷플릭스에서 5분전부터 분과 초가 줄어드는 걸 기다리면서
생중계되는 방송을 시청하였다.
이제 나는 단지 소비자에 머물러 있다.
문화를 재생산하는 일에서는 아주 멀어진 직업을 살고 있으며,
단지 수용자로서 미디어를 즐기는 인생에 만족하고 있다.
금요일부터 광화문에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재택을 했다.
이것도 부익부빈익빈인지, 누구는 재택을 했고, 누구는 강제 연차를 썼다고 한다.
공무 인력이 8000명? 들어갔다고 한다.
누구는 하이브가 엄청난 거액의 기부를 시에 했다고 한다.
무료 공연.
넷플릭스 생중계는 어떤 손익이 있었을까?
노랫말 속에 나오는 아리랑, 김구선생님, 성덕대왕신종의 울림. 한국의 악기. 그 리듬들
지민의 몽환성에 뷔의 강함, 정국의 단단함과 진의 얇은 톤의 잘생김.
제이홉의 신들림과 슈가의 무던함. 그리고 알엠의 묵직함.
그들의 춤사위는 언제나 그렇듯 미쳐 있었고
그들의 몸선은 매우 아름다웠다.
리듬은 그들의 몸을 휘감아 돌고 공기중으로 흩어졌으며,
멜로디는 나의 몸까지 흔들리게 하였다.
그들의 그루브에 나의 감각이 혼미해지고
그들과 함께 존재하는 댄서들의 동작은
광화문을 가득채웠다.
프레임 속에 들어온 경복궁을 따라 흐르는 선 한줄 한줄이
리듬을 머금고 춤추고 있었다.
한 곡 한 곡 낯설었던 감각이 흥얼거림으로 표현되어질 때,
1시간의 공연이 끝나고 있었다.
이 한 시간을 위해 나는 일주일을 들썩였나보다.
아미도 아닌 내가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
통제되기 어려운 광화문 광장의 질서정연함을 지켜보며
이 공연이 안전하기를, 이 공연이 무사하기를
이 공연이 아름답기를 바랬나보다.
왜?
왜?
문화자본.
문화가 높은 나라.
고등학교 때 배운 나의 소원.
모든 것이 기계화되고, 기계에 의존하는 이 시대에
문화가 갖는 힘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인간의 삶이 무엇으로 풍요로워 질 수 있는,
앞으로의 인간을 규정지어 줄 가치 중 하나라 생각해 본다.
예술의 힘, 문화의 힘.
내 속에 자리잡은 '흥'을 깨워주는
이 엔터테이닝이
음주가무에 익숙해져
벽화에 마저 나오는 춤추는 선조들의 흥겨움이
때로는 한이 서린 춤사위와 멜로디가
나를 위로하고
너를 위로하고
우리를 위로하고
세상을 위로해 줄 것이기에
문화가 높은 나라.
문화 자본이 풍성한 나라.
그 안의 사람으로 자라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