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알리기 vs 알리지 않고 하기
2) 무엇을 하는지 주변에 알리기 vs 알리지 않고 하기
무언가를 시작할 때 주변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말은 많이들 들어 봤을 것이다. 그만큼 효과가 있으니 다들 이것을 믿는 것이겠지만 무조건 통하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만큼 갑론을박도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알리기 행동은 목표에 따라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그 판단을 어떻게 하냐고? 그건 오직 당신만이 알 수 있다. 알리는 것의 효과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나는 ‘알리지 않고 하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어 보려 한다.
어떤 하고자 하는 목표가 생겼을 때 곧바로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이에 ‘왜?’라는 의문이 떠오를 것이다. 다이어트 같은 것도 주변에 알려야 주변 시선이 신경 쓰여서라도 더 열심히 하기도 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 방법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알려도 하지 않는 사람이 태반이라는 건 경험으로도 잘 알 것이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왜 다른 사람에게 목표를 말했는데도 나는 하지 못하는 건지 말이다. 분명 뭔가 문제가 있다. 그 원인은 바로 우리의 마음에 있다.
도러시아 브랜디의 <작가수업>에서는 쓰려는 글에 대해 이야기하면 쓰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야기를 만들어 세상에 선보이면 동의의 형태로든 반박의 형태로든 수확을 거두어들이게 된다. 어떤 경우든 작가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 된다. 그러고 나면 작가는 이야기를 길게 써야 하는 그 힘겨운 과정을 더 이상 계속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쓰려는 글에 대해 누군가에 말함으로써 긍정, 부정, 무응답이든 뭐든 어쨌든 피드백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것을 결과를 얻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건 누군가에게 보여준다 생각하는 게 큰데 말함으로써 충족되고 만족감이 생겨 열정이 식고 전의 상실 상태까지 가버릴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아예 말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초고를 어지간히 완성하고 받는 피드백은 괜찮지만 너무 일찍 말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이 크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시작하기 전에 말함으로써 더 힘을 얻는 경향의 사람이라면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다. 하지만 말하고도 잘 안 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혹시 말하고 난 뒤 열정과 흥미가 오히려 식지는 않았었는지. 또는 타인에게 알림으로써 더욱 견고한 완벽을 추구하고 부담감에 사로잡혀 시작을 안 하게 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그렇다면 말하고 다니는 걸 조심할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에도 알리는 것이 있고 알리지 않고 시작하는 것들이 있다. 한 번은 쓰려는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다 피드백(반응)을 받고 어째선지 흥미가 떨어져 버린 적이 있었다. 당연히 그 친구의 잘못이 아닌 내가 어떤 기질을 가졌는지 몰랐기에 벌어진 일이다. 나 같이 흥미를 가지는 게 많고 빨리 바뀌는 스타일일수록 그것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하고 싶다는 마음의 갈망을 오래 붙잡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것이 내가 글을 쓰고 싶어 못 배기게 하는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다.
결국 글을 쓰려면 ‘두려움 마주 보기’와 ‘주변에 알릴지 말지’같이 자기에 대해 아는 것이 먼저다. 그것을 모르고서는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치게 될지도 모른다. 앞서 말한 것들 외에도 글을 쓰지 못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텐데, 알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내가 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
이번 편을 마치기 전에 또 한 가지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어느 책에서 말하길 누군가 당신이 하려는 일에 대해 걱정하며 부정적으로 말한다면 먼저 그 일의 어려움에 대해 인정하며 "맞아, 힘들지.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그렇지만 노력해 보려고."라는 식으로 대답해 보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의 걱정도 받아주면서 스스로의 뜻도 관철할 수 있다고 말이다. 여러분도 저 대답처럼 자신의 꿈과 목표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초보다. 그렇다 인정한다고 해서 무슨 큰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는가?
“작가의 근본 문제는 창작 강좌의 공통 주제인 ‘글쓰기 기교’와는 하등 관련이 없다.”
- 존 가드너 -
드디어 ‘에세이 쓰는 법_ 1편 글이 잘 안 써지는 이유’가 끝났다.
1편은 오랫동안 글쓰기 어려워했던 이유를 깨닫고 해결을 찾기까지의 경험을 정리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1편의 첫머리에서도 말했듯, 그럼에도 나와 비슷한 경우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썼기에 무조건적인 정답은 아니다.
적당히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취하면 된다.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그걸로 이 글은 본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