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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Nov 14. 2023

하루 18,000 보면 한 달에 5kg을 뺀다

몽테뉴의 명랑함

공기가 건조해지기 시작하는 가을 무렵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원하던 곳은 아니었지만 당장이 급했기에 들어가게 되었다. 서비스직이다 보니 같이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보다 나이가 어렸지만 다들 똑 부러졌다.


처음이 그렇듯, 새로 배워 나가야 할 게 산더미였다. 가르쳐주는 이는 몇 번이나 반복했을 이 과정이 피곤한 듯하고 배우는 입장에서도 갑작스레 많은 데이터를 받아들이다 보니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끙끙 앓으며 일에 나를 맞춰나갔다.


일을 하기 전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어플로 확인할 수 있는 걸음수다.

어제는 신기록을 달성했다며 처음으로 금색 뱃지를 받았다.

‘어제 신기록을 세웠네요. 오늘도 멋진 기록 기대할게요.’

걸음 수만큼 내가 갈려나간 것이기에 멋진 기록을 기대한다는 말이 끔찍하게 들렸다.

신기록이라는 것이 좋으면서도 저릿한 발과 허리에 웃음이 쏙 들어간다.

출근하는 날이면 하루 만보는 이제 기본이다.

과장 보태 1년 치의 걸음을 이 짧은 기간 동안에 다 채우는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될까.     


평소 움직임이 적은 신체였던지라 고단했는지 몸무게도 많이 줄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5kg이 몸에서 빠져나가 48kg이 되었다.

식단을 병행하지 않고 운동으로만 뺐던 몸무게에서 말이다.

더 이상은 빠지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빠져 놀랐다.


황제다이어트니 저탄고지니 하는 식이요법들?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미친 듯이 계속 움직이면 된다. 다만 의지대로 몸이 안 따라주는 게 문제겠지만.

나도 앉아있고 누워있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심정이니까.     


내가 말라가는 게 안쓰러운 듯 어머니는 단감, 사과 같은 과일들을 자꾸만 깎아 주신다.

그러면 배가 부른 상태이지만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먹는다.

생존을 위한 먹부림인 것이다.

다이어트 캠프에 참가한듯한 이 생활이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지금을 기록해 본다.     


<우정도둑>이라는 책에서 잘 웃고 밝은 사람은 깊이가 없고 진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요즘, 가끔 사람들이 나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문장을 떠올리며 굳이 나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다시 상기한다.     


‘편협한 오해였음을 뉘 늦게 깨닫는 벌로 주어지는 것은 오히려 그의 꾸준한 성품이다. 그는 늘 그였다. 이미지 변신을 한 적이 없다. … 다만 사람들은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우스워 보이는 것을 무릅쓰고서라도 먼저 웃어 보였던 이의 품위를 그 착하고 똑똑한 마음을.’     


몽테뉴 또한 그리 말하지 않았나? 지혜의 가장 명백한 증거는 명랑함이라고.

책에서 말하듯 나 또한 굳이 해명하거나 증명하지 않으련다.

나는 나대로 살아가면 된다.     


이 글을 읽는 밝은 사람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진지하고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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