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즐겁게 웃다 보면 별 것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 느낄 때가 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심상이라 오래 붙잡아두지는 못한다.
감정이라는 게 유통기한이 있기라도 하듯 말이다.
그렇지만 그 순간은 영원하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친구와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불이 되길 기다리던 중이었다.
평소와 같은 시답지 않은 주제의 수다를 떨며 웃어댔다.
그때 구부정 유모차를 끌고 곁에 선 할머니가 불쑥 말 걸어왔다.
“뭐가 그리 즐거운고?”
할머니는 당신 손녀 바라보듯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그건 이유가 궁금해 묻는 것이라기보다 감탄의 독백이었다.
젊은이들의 생기 넘치는 웃음소리가 듣기에 좋으셨던 게 아닐까?
1년도 더 된 일이지만 나는 아직도 그 일이 잊히지 않는다.
‘청춘은 빛난다.’라고 하는 상투적인 표현은 보통 나이가대가 있는 분들이 쓰는 표현으로
젊은이들 스스로 빛난다고 표현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박웅현은 저서 <문장과 순간>에서 알베르 카뮈 <결혼, 여름>의 한 문장을 소개한다.
봄철에 티파사에는 신들이 내려와 산다.
알제리 연안의 티파사라는 도시에는 신들이 내려와 산다.
해변에서 봄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보며 한 말이었다.
여기에 박웅현은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도 허물어진 도시의 길 가운데서도 한 번씩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는 대체로 젊은이들의 것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들의 언어로 포획되지 않는 교감, 기운이 세상에 숨을 불어넣고 세상을 바꾸어 나간다.
그래서 타파사뿐만 아닌 어디에서나 신이 강림한다고.
나와 친구는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는 함께 즐거워하셨다.
봄철의 티파사를 느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