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가 별게 아니다
나는 가끔 달력에 되새기고 싶은 문구를 적어둔다.
매일에 지쳐 달력을 볼 때 그 문구를 보면서 생각을 환기하기 위함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최대한 지양함에도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나를 그렇게 만드는 때가 있지 않은가?
“너무 힘들다.”
“내가 버틸 수 있을까?”
그럼 한껏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한다.
부정적인 것에 관심을 주면 줄수록 녀석은 더 커지니까.
그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책상 위의 달력이다.
정확히는 달력에 써둔 문장들이 내게 힘을 실어준다.
<2월>
‘누가 나에 대해 나쁘게 말한다고 내가 나쁜 사람 되는 거 아니고…
타인의 평가에 큰 의미를 두지 말 것.’
인간관계는 도통 쉬워지지가 않는다.
불가항력처럼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말에 신경이 쓰이게 되는데
거기에 있어 최대한 담담해지자는 의미로 썼다.
<3월>
‘나는 매일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에밀 쿠에
칭찬을 받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누가 나에게 칭찬을 해주겠는가?
그래서 셀프 격려를 하기로 했다.
나 참 잘하고 있어.
<4월>
‘고진감래’
‘쓰다고 뱉지 말아,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난다.
참아, 계속 씹으란 말이야. 뱉지 말고.
걷다 보면 가시밭길 넘어가. 그럼 날이 밝아. 사람 인생이 그거야.’
-<다큐 3일> 나의 살던 고향은 제주성읍민속마을 편
올해가 시작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리저리 치인다.
하지만 다큐 3일에 나온 할아버지의 말마따나
끝에 남을 단맛을 생각하며 버티자고 다짐한다.
기왕 씹기 시작한 거 오래 씹어보지 뭐.
6월에 쓸 문구도 벌써 정했다.
‘세상은 평화롭게 살아가기에 충분히 넓다.’ - 책 <괴테 청춘에 답하다>
괴테가 말하기를 현자는 다투지 않는다고 한다.
다툼에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억제하며 그냥 지나쳐가는 데에 더 큰 용기가 있기도 하다.
이렇게 행동하면서 그는 더 대적할 만한 적을 대비해 자신의 힘을 비축해 두는 것이다!
라고 차라투스트라가 말했다.
쓸데없는 것들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차라투스트라가 말한 것처럼, 더 중요한 것을 위해 수많은 것들을 그냥 지나쳐 가는 것이다.
보고 듣는 것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분명 필요한 기술이지 않은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지난 문장들을 다시 훑다 보니 마음에 갑옷이 둘러지는 기분이다.
앞으로도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문구 찾기를 계속할 예정이다.
별거가 별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