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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Feb 22. 2024

내 삶의 방파제가 되어 준 문장 모음. zip

세상이 나를 억까하더라도

갈릴리 바다의 폭풍


방파제가 맡은 일은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방파제는 이렇게 말한다.


“소용없어. 난 안 쓰러져.”


-모든 삶은 흐른다中


내게만 폭풍우와 모래바람이 불며, 지쳐 쓰러지기를 바라는 것만 같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피로하고 지칠 때마다 신께 기도라도 하듯 무의식적으로 책을 찾아 읽었습니다. 오늘은 덮쳐오는 파도로부터 막아준 방파제가 되어준 책 속 문장 일부분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제 이야기도 조금 섞어서 말이죠.



<나를 잃지 않고 오늘을 사는 법>


「인생은 원래 꼬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것이 인생의 기본인데, 왜 나만 이러냐고 한탄하면서 자기 삶을 거부하면 곤란한 일이 자꾸 일어나게 된다.」


고난도 삶의 일부여서 일어나지 말라며 거부할 수 없습니다. 결국 그건 내게 닥쳐올 것이고 내 옆에 선 이에게도 예외는 없죠. 한탄하며 앉아있으면 계속 가라앉아 있을 뿐입니다. 팔과 다리를 휘적거리며 버티고 움직여야 나아갈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나를 곤란하게 하던 그 문제도 어느새 저 뒤로 흘러 지나가 있을 겁니다. 인생은 원래 한 번씩 꼬입니다.


<모든 삶은 흐른다>


「바다가 선사하는 불행처럼 어떤 것도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그렇다면 위험이 닥쳤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도망치는 것이다.

분명하게 말하면 ‘줄행랑치는 것’이다.


피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용기이기도 하다. 바다가 나를 집어삼키려고 할 때 맞선다고 이길 수 있을까? 힘도 안 되면서 무턱대고 적과 맞서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선원들은 격앙된 바다를 마주하자 앞쪽에 있는 돛을 타고 올라가 밧줄로 자신들의 몸을 묶었다. 바다의 공격에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걸 이미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다. 그들은 바다가 공격해 올 때 스스로 보호하는 방법을 찾았고, 그렇게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때로는 피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 되기도 한다. 그 대신 참을 수 있는 것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별력과 차가운 머리는 우리에게 귀중한 도움이 된다.」


조금 전에는 고난에 맞서 버티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는 줄행랑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겁니다. 돛에 자기 몸을 묶은 것은 버티는 것이기도 하나 돛 위로 피신한 것이기도 합니다. 버틸 수 있다면 버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고, 그렇지 않다면 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그걸 구분해 내는 능력도 능력이고요. 그 능력은 자신에 대해 잘 알 때 발휘됩니다. 그러니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 자신에 대해 계속 알아가기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과 친해지기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바다는 우리에게 인생을 막살지 말라고 한다. 우리는 자신을 아껴야 한다.

…강렬한 설렘을 주는 것에, 진실된 것에 주목하자. 다른 사람들에게 휩쓸려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말자. 저 사람이 어떻게 말하고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타인에게 나를 증명하고 설명할 필요도 없다.」


저자는 타인에게 휩쓸리며 막살지 말라고 말합니다. 타인을 위해 내 존재를 증명하고, 타인의 말에만 귀 기울이며 사는 건 좋은 인생이라 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누군가의 말에 따르기만 한다면 그건 노예나 다름없지 않을까요. ‘나’라는 존재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니 아껴주는 게 당연합니다.


<책은 도끼다>


「적이 내가 밥을 먹고 있다고 해서, “그럼 너 밥 다 먹고 싸우자, 조금 있다가 마당으로 나와”라고 하지 않습니다. 밥을 먹고 있는데 표창이 날아오고 만두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발이 날아와요.」


저자 박웅현은 광고 일의 비유를 소림무술영화에 비유하여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만, 저는 이 말에 여러 상황들이 떠올랐습니다. 광고와 관련된 일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다고. 대부분의 일들이 예고 없이 닥쳐옵니다. 내게 닥쳐오는 일들이 버거 울 때 이 부분을 다시 읽는다면 웃음이 날 것 같아 메모해 두었습니다. 그래 적이 친절히 예고하고 쳐들어오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이지 하고 말입니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알뜰한 종이에 굵은 매직이나 사인펜 같은 것으로 써 내려간 무뚝뚝하고도 다정한 쪽지를 볼 때면 인숙 씨의 주름진 손을 떠올립니다.… 옷은 따뜻하게 입고 다니는지, 보일러를 틀어도 집이 춥지는 않은지… 멀리서 늘 걱정하고 신경 써준 사람이 있었다는 걸. 내내 사랑을 적어 보내준 사람이 있다는 걸.


그러니 삶에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누가 뭐라고 날 선 소리를 하더라도, 사람들이 다 등을 돌리더라도, 그것만 기억한다면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굵은 매직으로 쓴, 사랑에 대한 확신밖에 없던 그 글씨처럼요.」


‘세상이 나를 억까한다.’라는 말 아시나요? 계속해서 일이 잘 안 풀릴 때 쓰이는 요즘 유행어랍니다. 저도 억까(억울하게 까인다)당한다고 느끼는 일들이 종종 있는데요, 그럴 때 하면 좋은 생각입니다. 사람들이 다 등을 돌리더라도 유일하게 등 돌리지 않는 사람을 생각하는 것, 늘 나를 걱정하며 생각하고 있을 어머니를 떠올리는 것입니다. 날 선 말로 나를 상처 주려는 이들이 있더라도 그 상처보다 더 큰 사랑을 주는 이가 있다고 생각하면 힘든 것도 금방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말과 내게 소중하지 않은 타인이 하는 말 중, 어느 게 더 중요한가요? 맞아요. 그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저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답니다. 날 선 말로 상처 주려고 해도 그건 내게 아무런 영향도 발휘할 수 없을 겁니다.


<아무 목이나 끌어안고 울고 싶을 때>


아래는 책의 끄트머리, 작가의 친구가 그에게 출간을 축하하며 써준 편지 글인데, 제가 더 감동을 받은 글입니다.


「좋은 풍경은 언제나 아름다움을 품고 있어. 예를 들면 아무 때의 헝클어진 바다나 강처럼. 걔네들은 아무 준 게 없이 있어도 늘 아름답잖아. 좋은 재능을 보는 것도 비슷해. 네 삶이 바다나 강처럼 계속 흘러가는 것만 봐도 좋아. 간단히 말하면 네가 더 잘 쓰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게 좋아.」


자연 풍경이 그저 거기에 있을 뿐임에도 아름답게 보이듯, 저자가 계속 글을 써나가는 모습도 보기가 좋다고 말해주는 우정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저를 고무시켜 주었죠. 만날 때마다 저를 응원해 주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저자가 본인이 들었던 말을 독자들에게도 똑같이 해주고 싶어 한다고 느꼈습니다.


‘네 삶이 바다나 강처럼 계속 흘러가는 것만 봐도 좋아.’라니 내게 이득이 되는 가 아닌가로 인간관계를 판단하는 요즘 시류와 반대로 가는 문장에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카이스트 대학교 실패 연구소 소장 노준용 님의 인터뷰 내용 일부를 인용해 봅니다.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올림픽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금메달을 따는 사람은 한정적이다. 그래서 실패는 일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비록 상어가 여러 흉터를 가졌지만 결국엔 무시무시한 바다에서 살아남았으니 성공한 삶이지 않나? 우리 삶도 그렇다. 많은 실패를 겪었어도 지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성공인 것이다.

긴 호흡으로 삶을 바라보길 바란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더라도 목에 걸 매달은 한정적입니다. 이번에는 매달을 따더라도 다음에는 못 딸 수도 있고요. 실패란 일상적 것이라는 말이 당연한데, 실패자라는 낙인을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따지고 보면 모두가 실패한 적이 있는 실패자거든요.

구자철 선수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포지션은 프로에 와서도 바뀐다. …어떤 포지션이라도 발전할 수 있는 시간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이죠. 매일,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 제가 힘들 때 다시 꺼내보고 되새기는 문장들이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에도 와닿는 문장이 있으셨기를 바랍니다. 혹 여기에는 없더라도 여러분만의 방파제를 만들어 나가시는 것을 응원합니다. 방파제는 때론 책 속의 문장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 있고, 동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방파제는 많을수록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방파제를 견고히 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별일 없는 거겠죠? 모두 평온한 하루하루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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