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단골가게 사장님이 내게 봄날의 햇살 같은 미소라고 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가 동료 변호사인 최수연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내 미소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그렇게 말씀해 주신 것에 쑥스러우면서도 감사했다. 단순한 립 서비스일지라도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해 주기 위한 말이라면 있는 그대로 기쁘게 받아들이자가 내 지론이다.
고양이 두 마리가 상주하는 카페의 사장님은 단골에게 주는 서비스라며 예쁜 접시에 쿠키를 담아주시거나 신메뉴로 낼 예정이라며 맛보기 음료를 주시기도 했다. 카페에서 키우는 강아지에게 빠져 자주 드나들던 곳에서는 경주의 특산물인 황남빵을 커피와 함께 먹으라며 내어주셨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스미듯 이웃이 되었다. 지금 이곳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서로를 이웃 삼아 온기를 나눈다. 크게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지만, 간단한 안부 인사와 날씨를 묻고 늘 맛있게 먹고 있다는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마들렌, 스콘, 커피.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의 맛에 집중하다 보면 순수한 감탄과 함께 이 순간에 영영 머무르고 싶다는 당연하게도 이루어지지 않을 바람과 쌉싸름한 뒷맛을 느낀다. 오늘 치의 행복은 채웠으니 내일의 행복을 위해 멈춘다.
소도시의 일상이 화려하고 멋지지는 않지만 즐거운 이유는 기꺼이 정을 내어주는 친절한 이웃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기꺼이 내어줌에 감사하며 나 또한 내어줄 마음을 준비한다. 앞만 보던 고개를 돌려 옆도 보고 주변을 살핀다. 그렇게 걷다 보면 분명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카피라이터이자 작가 박웅현은 <책은 도끼다>에서 ‘자동차가 달리는 속도가 아니라 걷는 속도로 봐야 보이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고 한다. 나의 고향 경주는 천천히 걷는 속도로 보기 좋은 곳이다. 경주읍성 외곽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봉황대. 봉황대에서 조금만 더 걸으면 신라시대의 왕족의 무덤이 모여 있는 대릉원이 나온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버텨왔는지 모를 거목들이 이곳저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럴 때면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실감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한결 편안하다. 너무나 작은 존재라 자유로울 수도 있는 게 아닐까?
지방에서의 삶이란 마치 흰 도화지에 이름 모를 노랗고 둥그런 잎을 가진 들꽃과 그 옆에 굴뚝이 솟아있는 네모난 집을 그려놓은 것 같다. 그리고 그 옆에 웃고 있는 가족이 그려진 아이의 그림처럼 따뜻하다. 이 별것 없는 평범함이 더없이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