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어떤 웹소설 작가님과 상담을 하였다.
최근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 웹소설의 작가님이었는데 그녀와 꼭 닮은 어머니와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주셨다.
우리 딸이 커서, 언제인가 나도 딸의 계약서를 같이 검토할 날이 오겠구나, 라는 생각에 더 신경을 써서 그녀의 계약서를 펼쳐 보게 되었다.
3~4장의 계약서에 여러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출판계약서를 체결하는 작가님들이 공통적으로 헷갈려하는, 그런데 너무나도 중요한 단어들에 대해 한 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협의 vs 합의
일상생활에서는 특별히 차이가 없어 보이는 단어이지만, 계약서에는 그 뜻이 완전히 다른 단어이다. 먼저 사전에서 그 뜻을 찾아 보면 아래와 같다.
- 협의: 여럿이 모여 의논함.
- 합의: 어떤 일을 토의하여 의견을 종합하는 일. 서로의 의견이 일치함.
아직 어떤 뜻인지 감이 잘 안 온다면? 다음과 같이 생각하면 된다.
협의=회의, 의논
합의=동의, 허락
그렇다면 계약서에 각 단어가 쓰였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를 들어, (1) "저작물을 판매할 때 작가와 협의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있고, (2) "저작물을 판매할 때 작가와 합의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출판사: 작가님, 이번에 네이*에 웹툰을 게재하려고 하는데요. 어떠세요?
작가: 어머, 저는 네이* 보다는 카카*에 웹툰을 게재하고 싶어요.
만약에 계약서에 (1)과 같이 작가와 "협의"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면, 출판사는 이미 의무를 다했으므로 네이*에 웹툰을 판매할 수 있다.
왜냐하면 웹툰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 작가와 의논(회의)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약서에 (2)와 같이 작가와 "합의"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면, 출판사는 네이*에 웹툰을 판매할 수 없다. 작가의 합의(동의, 허락)를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어 하나에 뜻이 달라지기 때문에, 작가 본인에게 중요한 부분이라면 "합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매출 vs 순매출
계약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바로 대가=돈에 대한 부분이다.
최근 출판계약서는 보통 계약금을 받고, 추가로 수익 배분을 받는 형식이 많은데 이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단어가 바로 "매출"과 "순매출"이다.
"매출"이란, 어떤 물건을 판매하여 발생한 총 금액을 의미한다.
하지만 "순매출"이란 매출에서 그 매출을 얻기 위해 지출한 매출원가나 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의미한다. 때로는 순이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웹툰 미리보기를 100원에 1개 팔았다고 하자.
이때 매출은 100원(100원 X 1개)이다.
하지만 순매출은 매출(100원)에서 플랫폼 수수료, 마케팅비 등등을 뺀 금액이 된다.
따라서 매출을 기준으로 10%를 배분해 주는지, 순매출을 기준으로 10%를 배분해 주는지는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수익 배분을 어떤 기준으로 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특히 순매출이나 순이익을 기준으로 수익을 배분한다면 매출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비용을 빼는 것인지도 확인해 두어야 한다.
3. 양도 vs 이용허락
저작물을 작성하면 "저작자"가 되고, 저작자에게는 "저작권"이 발생한다.
그런데 저작자는 "저작권"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 가능한데, 이때 "양도"의 형태로 넘길 수도 있고, "이용허락"의 형태로 넘길 수도 있다.
"양도"란 "저작권"을 아예 다른 사람에게 넘겨 주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계약을 예로 들면, 부동산을 "매매"하는 것과 비슷하다.
반면에 "이용허락"이란 특정한 시기와 특정한 방법으로 "저작권"을 빌려 주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계약을 예로 들면 부동산을 "임대"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저작권을 양도할 때 주의할 것이 있다.
바로, 저작권법에 이런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한다.
2차적저작물작성권이 중요한 권리이다 보니, 저작권을 양도했다고 하더라도 2차적저작물작성권까지 포함해서 양도하는 것인지를 특별히 기재하지 않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양도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2차적저작물작성권까지 양도받기 위해서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저작권법 조항이고, 작가 입장에서도 이 부분을 알고 있으면 저작권을 양도하더라도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양도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치열하게 쓴 자신의 저작물을 누군가에게 이용허락할 때, 넘길 때 적어도 위 내용만은 알고 있었으면 한다.
오늘도 치열하게 창작활동을 하고 있을 당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