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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May 13. 2021

사진과 저작권

- N잡러들을 위한 저작권, 두번째 이야기

최근 가장 자주 만나는 N잡러는 스마트스토어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시는 분들인 것 같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할 때 중요한 것들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사진


그래서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사진’과 관련한 분쟁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그런데 저작권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 입장에서도 ‘사진’은 참말로 복잡미묘한 것이다. 


왜냐면, 사진은 저작물일 때도 있고, 저작물이 아닐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진기의 역사'와 더불어 ‘사진이란 무엇인가’, ‘사진작가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인류는 1839년 사진기를 발명했다(고 한다). 


사진기의 발명으로 가장 위기의식에 휩싸인 것은 바로 화가들. 


화가들은 그 동안 사물이나 초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자신들보다 뛰어난 사진기가 나오면서, 사물이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에서 벗어나 드디어 자신의 감정을 형상화하거나 사물을 추상화하는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야수파, 인상파, 추상주의 화가들이 등장하게 된다. 


<앙드레 드랭, 빅벤>

                                                    

그렇게 사진기는 한동안 사물이나 사람을 그대로 복제하는 ‘기계’에 머물렀고, 사람‘사진’을 찍을 때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다. 즉, 복사기와 다름 없는 기계로 취급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물을 어떻게 배치하고, 배경은 또 어떻게 선정해서 배치하는지, 조명의 방향과 세기를 어떻게 두는지, 작가의 철학과 메세지에 따라 사진이 다를 수 있구나, 라는 인식이 생기고, ‘사람’이 ‘붓’을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사진기’를 사용할 때에도 창작성과 개성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인정받기에 이른다. 


(아래는 한국의 대표적인 초상사진 작가님이신 변순철 작가님의 사진. 복사기와는 다르지 않은가?)


<변순철, 짝패,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이러한 배경하에서, 법원은 어떤 사진은 저작물로 보지만, 어떤 사진은 저작물로 보지 않는다. 사례로 살펴보자. 


제품 광고를 위한 사진


햄을 파는 회사가 사진작가에게 의뢰해서, 햄 광고를 위한 사진을 찍었다. 


과연 법원은 이 사진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그 목적은 그 피사체인 햄제품 자체만을 충실하게 표현하여 광고라는 실용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고, 제품사진에 있어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그 피사체를 충실하게 표현하였나 하는 사진 기술적인 문제이고, 그 표현하는 방법이나 표현에 있어서의 창작성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고 할 것이니, 비록 거기에 원고의 창작이 전혀 개재되어 있지 않다고는 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그와 같은 창작의 정도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할 만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대법원 2001. 5. 8. 선고 98다43366 판결). 


법원은 그 사진이 사진작가의 재능, 예술적 표현이 반영되었다기 보다는, 제품 자체가 잘 나오도록 찍은 사진이므로 저작물이 아니라고 보았다. 


성형외과의 BEFORE & AFTER 사진 


성형외과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BEFORE & AFTER 사진은 어떨까. 


법원은 햄 사진과 마찬가지로, 이 사진 역시 사진작가의 개성이나 창조성이 가미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저작물이 아니라고 보았다. 


성형 전후 사진은 모발 이식 수술을 받은 수술의 전후 모습을 대비함으로써 모발 치료 효과를 나타내고자 하는 목적에서 촬영한 것이고, 위 사진들의 구체적인 촬영 방법인 카메라 각도나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촬영 시점의 포착 등에 있어 촬영자의 개성이나 창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촬영 후의 현상과 인화 과정에서 배경, 구도, 조명, 빛의 양 등에 원고의 개성이나 창조성을 가미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면서 사진 저작물로 보기 어렵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6. 21. 선고 2007가합16095 판결). 




이처럼 법원은 실용적인 목적으로 제품을 강조하고 충실하게 찍은 광고 사진 등은 저작물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온라인 쇼핑몰에 올려 놓은 사진들 중 제품 위주로 찍은 사진은 저작물이 아니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저작물이 아니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앞편에서 설명했지만,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보호한다= 저작물이 아니라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 내가 찍은 제품 사진을 타인이 쓰더라도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제품 사진 촬영 후 이미지 작업을 통해 무엇인가를 덧붙이고 수정한 사진, 아름다운 풍경을 찍은 사진, 모델들이 여러 소품들과 함께 배치된 세트장에서 포즈를 취하면서 찍은 사진 등은 저작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어떤 사진이 저작물인지 아닌지는 CASE BY CASE 이다.


(그럼 어쩌란 것인가...) 


<오늘의 교훈>


사진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 경고장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미안하다고 백배사죄할 것은 아니며, 남이 나의 사진을 쓰고 있다고 해서 바로 공격해서는 안 된다. 그 전에 그 사진이 어떤 목적에서 촬영되었고 사진에서 사진 작가의 개성과 창조성이 보이는지를 살펴보자. 


(모르겠으면 변호사에게 물어보자...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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