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브랜드&법 이야기 ① : 브랜드 vs 상표
나는 원체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오
벌써 몇 년 전이지만,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즐겁게 봤다. 특히 극 중 김희성(변요한 分)의 낭만적인 대사에 매료되었다. “나는 원체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오”
나도 그동안 수많은 ‘예쁜 쓰레기’에 흠뻑 빠졌던 경험이 있기에, 그의 대사에 더욱 깊이 공감을 했더랬다. (네네, 반성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마음을 다잡고 고민을 해 보았다. 왜 나는 무용한 줄 알면서도, 그 많은 예쁜 것들에 빠져들었을까. 답은 어쩌면 간단하다. 사람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어떤 물건의, 나아가 어떤 사람의 매력에 이끌려 후회할지도 모를 선택을 하고 있다.
브랜드란?
이처럼 어떤 제품(군)이, 혹은 어떤 사람(들)이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흔히 ‘브랜드’라는 말을 사용한다. 몰스킨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지적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에 이끌려 매년 새로운 다이어리를 구입하는가 하면, 에르메스 브랜드의 우아하고도 묵직한 매력에 이끌려 얼핏 신발주머니 같아 보이는 백에 거금을 투자하기도 한다. 요즘은 상품뿐 아니라 사람도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저마다 ‘나’라는 브랜드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러면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자. ‘브랜드’라는 게 도대체 뭘까.
브랜드라는 말은 노르웨이어인 ‘Brandr(태우다)’에서 왔다. Brandr는 영어의 ‘to burn’을 뜻하는데, 주인이 자신의 가축을 구별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 불로 낙인을 찍었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런 구별 방식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브랜드는 자신이 생산한 제품을 타인의 제품과 구별하는(나아가 자신을 타인과 차별화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브랜드가 함축하는 의미의 범위는 하루가 다르게 넓어지고 있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과 같은 ‘기업’은 물론이고, 기업이 만드는 ‘제품’들도 훌륭한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 애플뿐 아니라 아이폰도 하나의 훌륭한 브랜드이고, 삼성뿐 아니라 갤럭시도 더없이 훌륭한 브랜드다. 이뿐인가. 뉴욕, 파리와 같은 도시도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앨런 머스크, 마크 주커버그, 유재석도 엄연히 하나의 브랜드다. 기업, 제품, 도시, 인물 등등 가리지 않고, 남들과 구별 짓는 힘을 가진 모든 것들을 우리는 브랜드라 부른다.
이렇게 볼 때, 결국 좋은 브랜드란 본질적으로 하나의 목적을 가졌다. 차별적인 매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 하루에도 수 만 가지의 훌륭한 제품과 인물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좋은 것들의 홍수 속’에서 더 매력 있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매력 있는 브랜드만이 차별성을 유지하며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굳건히 살아남는다.
상표?!
그런데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여간해서 ‘브랜드’라는 용어를 잘 쓰지는 않는다. 대신 ‘상표’라든가 '상호’와 같은 다소 촌스러운(?)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들은 또 무엇일까. 오늘은 상표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표는 브랜드와 유사하지만, 범주가 좀 더 분명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샤넬(CHANEL)’이라는 브랜드를 떠올려 보자.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이 주는 어딘가 프렌치-시크한 감성에서부터, 까만색과 하얀색이 대조적으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포장 디자인이라든가, 마를린 먼로가 즐겨썼다는 넘버링이 멋들어진 향수, 진주알이 우아하게 박힌 브로치가 달린 트위드 재킷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템과 이미지가 동시에 떠오른다(사진 왼쪽). 이 모든 것이 샤넬의 브랜드다. 그러나 샤넬의 상표는 어떤가. C 두 개가 등을 포개고 있는 듯한 모양의 로고, 고딕체에 가까운 CHANEL이라는 알파벳(사진 오른 쪽). 이것이 샤넬의 상표다. 그만큼 범주가 분명하다.
변호사들은 모호함을 극도로 싫어한다. 모호함은 대개 분쟁과 리스크를 낳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에 대해 알면 알수록, 변호사들은 단어가 주는 모호함을 제거하고 범주를 분명하게 정의할 필요를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니 좀 촌스러워도 그나마 상표가 안전하게 느껴지는 것(그래서 변호사들이 쓴 글은 대체로 분명하지만 대체로 재미가 없다).
이렇게 정리된 ‘상표’란, “기호, 문자, 도형, 소리, 냄새, 입체적 형상, 홀로그램, 동작 또는 색채 등으로서 그 구성이나 표현방식에 상관없이 상품의 출처를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하는 모든 표시”다. 딱딱하고 머리 아픈 느낌은 있지만, 뭐 덕분에 브랜드라는 단어가 가져올 수 있는 모호함과 복잡성은 다소 제거되었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변호사란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단어의 모호함을 편집증적으로 제거하고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자, 오늘은 이렇게 브랜드와 상표의 차이점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그러면 ‘상호’는 또 뭘까. 상호와 상표는 동의어일까. 이에 관하여는 다음 글에서 이어 설명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