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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수 May 02. 2021

소속사가 안 내주는 우리애들 화보집, 내가 내고 만다?

-N잡러가 마주하는위험 상황들 : 비공식 굿즈 제작


인기 아이돌 그룹 B의 비주얼 담당 멤버 C,

그의 홈마 A양

A양은 부지런히 C를 쫓아다니며 찍은 생생한 사진들에 피의 보정작업으로 꽤나 유명한 홈마였는데요. 

A양의 사진들은 머리카락 한올, 땀방울 하나까지 선명한 색감으로 표현되어 소속사에서 풀어주는 공식 사진보다도 상당한 퀄리티가 있다며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photo by Pexels @Pixabay


그러자 A는 수년간 트위터 등에 게시했던 자신의 사진들을 모아 화보집과 포토카드 등을 제작해서 팬들에게 판매하여 상당한 수익을 내었고, 여기에 자신감을 얻어 이번에는 그동안의 기사들과 각종 앨범, 화보 사진들 중에서 엄선한 사진들을 추려 C만을 위한 잡지를 제작하였고, C의 특징을 형상화한 캐릭터도 만들었는데 이 또한 큰 인기를 끌어 이 캐릭터를 이용한 스티커, 피규어를 제작하여 판매하였습니다. 


이를 알게 된 소속사는 결국 A양에게 경고장을 보내게 됩니다. 


이 경우 A양은 법적으로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요?




우선 A양이 화보집과 포토카드를 판매하여 수익을 얻은 것에 대해서는, 

C의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한 사진을 무단으로 배포한 것이므로 우선 초상권을 침해한 것이 문제됩니다. 

따지고 보면 최초에 트위터나 홈페이지, 커뮤니티에 이를 올리는 것도 사실은 초상권을 침해하는 행위지만, 팬들의 사랑을 먹고사는 아이돌이기에, 트위터나 홈페이지, 커뮤니티 등지에서 C의 사진을 서로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소속사가 크게 제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통하여 소속사가 아닌 제3자가 수익을 올린다면, 그건 다른 얘기겠죠. 

소속사는 A양에게 인격권 침해(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이 경우 A양은 판매수익을 토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판례는, 아래와 같이 연예잡지를 발행하는 D사가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대량으로 수록한 화보집과 포토카드를 제작,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서, 연예인이나 소속사의 허락을 받지 않거나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관련하여 쌓은 명성, 신용, 고객흡인력 등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무단으로 편승하는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소속사의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충분한 경쟁관계가 인정되므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의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라고 판단한 예가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에 대한 심층취재집 무단 발간 사례 : 대법원 2020. 3. 26 자 2019마6525 결정

채권자는 방탄소년단(BTS)이라는 이름의 그룹을 결성하기로 하고, 구성원을 선발하여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 훈련을 통해 구성원들의 능력을 향상시켰다. 채권자는 이 사건 전속계약에 따라 방탄소년단(BTS)의 음악, 공연, 방송, 출연 등을 기획하고, 음원, 영상 등의 콘텐츠를 제작ㆍ유통시키는 등 방탄소년단(BTS)의 활동에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하였다. 그로 인해 방탄소년단(BTS)과 관련하여 쌓인 명성ㆍ신용ㆍ고객흡인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으로 평가할 수 있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타인이 무단으로 위의 표지를 사용하면 채권자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게 된다.
연예인의 이름과 사진 등을 상품이나 광고 등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예인이나 그 소속사의 허락을 받거나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인 점을 감안해 보면, 통상적인 정보제공의 범위를 넘어 특정 연예인에 대한 특집 기사나 사진을 대량으로 수록한 별도의 책자나 DVD 등을 제작하면서 연예인이나 소속사의 허락을 받지 않거나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상거래 관행이나 공정한 거래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채무자가 발매한 이 사건 특별 부록은 채권자가 발행하는 방탄소년단(BTS)의 화보집과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편이고 수요자도 일부 중복되며, 위 화보집의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충분하므로, 채권자와의 관계에서 경쟁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채무자가 이 사건 특별 부록을 제작ㆍ판매하는 행위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채권자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photo by Victorfliscorno @Pixabay


그동안의 기사들과 각종 앨범, 화보 사진들 중에서 엄선한 사진들을 추려 C멤버만을 위한 잡지를 제작한 것은,

앞서 A양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을 활용한 화보집을 만든 것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초상권의 문제뿐만 아니라 저작권의 문제까지 있거든요. 인터뷰 기사들은 기사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고, 각종 사진들은 사진작가들에게, 혹은 그 권리를 양도받은 소속사에게 저작권이 있는데요. 

다만, 우리 저작권법은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는 허용하고 있습니다(저작권법 제30조). 


제30조(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 스캐너, 사진기 등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복제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따라서 B양이 이러한 잡지를 만들어서 친구들끼리만 돌려보는 정도로 배포를 했다면 이 정도 수준은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로 문제되지 않을 것인데요. 

트위터나 커뮤니티 등지에서 구매자를 모집하는 것은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구요. 

잡지를 판매하여 수익까지 올렸다면 이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없어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겠죠.


C 멤버의 특징을 형상화한 캐릭터 스티커와 피규어를 제작하여 판매하는 것은,

C 멤버의 초상권을 침해한 것도 아니고, 내가 직접 창작한 거니 소속사에게 저작권도 없어서 괜찮지 않을까요? 

하지만, 여기에 대한 답은, ‘글쎄요’입니다.


photo by Alexas_Foto @Pixabay


우리나라 법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퍼블리시티권’이란 사람이 그가 가진 성명, 초상이나 기타의 동일성(identity)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말하는데요, C의 특징을 활용한 캐릭터는 C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지에 있어서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는 없고 하급심 판례는 견해가 엇갈려서, 아래와 같이 어떤 경우에는 이를 인정하여 권리자를 보호한 예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인정하지 않은 예도 있습니다.


인정한 경우 -  정준하 캐릭터의 무단사용 사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9. 27 선고 2004가단235324 판결

일반적으로 퍼블리시티권이란 사람이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는 초상 등의 경제적 측면에 관한 권리라는 점에서, 인격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전통적 의미의 초상권과 구별된다고 할 것인바,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의 경우 자신의 승낙 없이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 등이 상업적으로 사용되어지는 경우 정당한 사용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얻을 수 있었던 경제적 이익의 박탈이라고 하는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퍼블리시티권을 별도의 권리로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는 대중적 지명도가 있는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초상이나 성명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는 바, 피고가 원고로부터 아무런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원고의 얼굴을 형상화하여 일반인들이 원고임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이 사건 캐릭터를 제작한 후, 이를 이동통신회사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에 컨텐츠로 제공하여, 이동통신회사의 고객들이 돈을 지불하고 휴대전화로 캐릭터를 다운로드 받도록 하는 방법으로 영업을 하였는 바, 이는 피고가 원고의 승낙 없이 원고의 초상과 성명을 상업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코미디언으로서 대중적 지명도가 있어 재산적 가치가 있는 원고의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인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인정하지 않은 경우 - NATE의 키워드 검색 광고에 배용준 등 유명 연예인들의 성명을 무단 사용한 사례 : 서울서부지방법원 2014. 7. 24 선고 2013가합32048 판결

우리나라에서도 근래에 이르러 연예, 스포츠 산업 및 광고   산업의 급격한 발달로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 등을 광고에 이용하게 됨으로써 그에 따른 분쟁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으므로 이를 규율하기 위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새로운 권리 개념을 인정할 필요성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민법 제185조는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물권법정주의를 선언하고 있고, 물권법의 강행법규성은 이를 중핵으로 하고 있으므로, 법률(성문법과 관습법)이 인정하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물권을 창설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1다6416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재산권으로서의 퍼블리시티권은 성문법과 관습법 어디에도 그 근거가 없다.
따라서 법률, 조약 등 실정법이나 확립된 관습법 등의 근거 없이 그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물권과 유사한 독점배타적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퍼블리시티권의 성립요건, 양도, 상속성, 보호대상과 존속기간, 침해가 있는 경우의 구제수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법률적인 근거가 마련되어야만 비로소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퍼블리시티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이처럼 C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캐릭터를 만들고 스티커나 피규어를 만드는 등으로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르니, 이 또한 웬만하면 하지 않아야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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