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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Apr 20. 2021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보호한다.

- N잡러들을 위한 저작권, 첫번째 이야기

저작권법을 이해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즉, “저작물”이 아니라면 저작권법이 보호하지 않고,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작물”이란 무엇일까.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아무것도 아닌 문장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바, 하나하나 살펴보자. 



#1.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되어야 한다. 


무슨 뜻일까. 이해를 돕기 위해 질문을 해 보겠다. 


원숭이가 사람의 카메라를 낚아채서 자신의 셀카를 찍었다. 원숭이가 찍은 사진은 저작물일까? 


Photo by Jamie Haughton on Unsplash



실제로 미국에서 문제가 되었던 사안인데(이런 일이 실제로 문제가 되었다..), 과연 정답은?


답: 저작물이 아니다. 

왜냐하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것이어야 하므로 원숭이가 사상과 감정을 나름 표현하였다고 해서 저작물은 되지는 않는 것이다. 



#2.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어야 한다. 


사상, 감정, 아이디어 그 자체가 아니라 이러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해 표현한 것 자체가 저작물이 된다. 저작권을 이해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또 질문을 해 보겠다.


A는 여행을 하다 굉장히 아름다운 섬을 발견하고, 그 섬에서 멋진 사진을 찍었다. 
B는 A의 사진을 보고 그 섬의 풍경에 반해서 우여곡절 끝에 그 섬을 찾아 갔다. 그리고 A의 사진과 비슷한 사진을 찍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었다. 
겉으로 보기에 A의 사진과 B의 사진은 비슷해 보인다. 
그렇다면 B가 찍은 사진은 A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일까? 


Photo by Marek Okon on Unsplash



한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안이다. 정답은? 


답: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어떤 장소에 언제 가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일종의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작권법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장소와 피사체를 두고 렌즈와 조리개, 셔터 속도를 본인이 선택하여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을 보호한다.



음.. 알 듯 모를 듯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문제되었던 사례들을 통해 "저작물"이 무엇인지를 좀 더 알아보자.  


대기업의 신입사원인 A씨.
N잡러가 되기 위해 '크ㅁ' 사이트에서 '블로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법'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특히 B씨의 강의 중 X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개의 홈페이지를 만들면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A씨는 B씨의 강의 외에도 여러 루트를 통해 계속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방법으로 실제 블로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대한 내용을 책으로 써서 '크ㅁ'에서 판매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야심차게 판매를 위한 페이지를 개설한 다음 날, B씨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B씨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던 A씨는 낯선 편지를 받고 놀라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왔다(변호사 사무실은 무서운 곳이 아니다...)

과연 A씨가 'X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개의 홈페이지를 만드는 법'을 포함하여 책을 쓴 것은 B씨의 저작권을 침해할까? 


'X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개의 홈페이지를 만드는 '은 일종의 아이디어 내지 법칙, 규칙이다. 


그런데 저작권법은 이러한 아이디어, 법칙, 규칙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법칙을 알기 쉬운 언어와 방법으로 '설명'하고 '표현'한 것을 보호한다. 

'관성의 법칙' 자체가 아니라 '관성의 법칙'을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A씨의 책에 'X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개의 홈페이지를 만드는 ' 자체가 포함된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만약 위 법칙을 B씨와 같은 내용과 방법으로 설명하고 풀이했다면 그것은 저작권 침해가 된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저작권과 관련해 상담할 것이 있다며 찾아온 A씨는 돌연 헤어진 약혼녀 이야기를 꺼냈다.
A씨와 B씨는 몇 년 전, 양가의 허락 하에 동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웹툰 작가인 B씨는 첫 작품이 별 반응을 얻지 못해서 밤낮으로 괴로워하였고, A씨는 어떻게든 B씨에게 도움이 되고자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온갖 웹툰이며 소설들을 읽으며, B씨가 재기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작품의 세계관이나 인물의 성격, 작품의 전개 등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A씨의 조언 덕이었는지 B씨의 새로운 작품은 상당한 인기를 얻게 되었지만, 불행하게도 B씨의 A씨에 대한 사랑은 급속도로 식기 시작하더니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

A씨는 B씨의 변심에 큰 충격을 받고, 사실혼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등 온갖 법적 분쟁을 벌이던 중 급기야 B씨의 웹툰 작품에 대해 본인의 “저작권”을 주장하고 싶어졌다.


과연, A씨는 B씨의 웹툰 작품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저작권 상담이지만, 사랑과 배신에 가슴이 아픈 의뢰인을 앞에 두고 조언을 하기가 조심스러운 건이었다. 


하지만, 저작권법의 관점에서(저는 냉정한 변호사입니다...) A씨에게 냉정한 답변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앞서도 설명했지만, 저작권은 "저작물"에 대해서 인정된다. 

그리고 "저작물"은 "표현"이어야 한다. 


그런데 A씨가 이야기하는 작품의 세계관, 인물의 성격, 작품의 배경 등은 일종의 아이디어이다. 

가령 'x가 처음에 악역으로 나왔다가 중반부부터 착한 놈으로 바껴야 해', '알파와 베타가 만나 해피한 세계를 만들어야 해' 와 같은 세계관, 줄거리는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이 아니다. 


x의 대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x의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x의 옷과 소지품 등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비로소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인 것이다.  


결국, A씨가 작품의 세계관, 배경에 대해서만 조언을 한 것이라면, 작품의 "표현"에 기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을 주장하기 어렵다. 




저작권법에서 "저작물"을 이해한다면, 저작권법의 절반을 이해한 셈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저작권법에서 "저작물"은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개념이다. 

 

그러니 잘 모르겠다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낙심하지 말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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