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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수 Apr 13. 2021

상표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

-N잡러의첫 번째고민 – 상표 정하기

막바로 시작하면 너무 무미건조할까 봐, 시작하기 전에  살짝 내 소개를 하자면....


전문직 소득 1위   # 변리사가 뭐야?


(최근엔 모르겠지만) 십수 년간 전문직 소득 1위에 항상 랭크되어 있던 직업 변리사. 많은 사람들이 변리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변리사를 만나면 꼭 ‘아 소득 1위?’, ‘엄청 돈 많이 번다며?’라고 한다(소득의 실제에 대해서는 할많하않...).


지적재산권이라는 뭔가 대단히 멋있는 느낌적인 느낌에 낚여 나는 변리사가 되었지만, 직장생활 3~5년 차에 누구나 온다는 몹쓸 병, ‘이렇게 유능한 내가 훨씬 어렵고 돈 많이 버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과대망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전문직 소득 1위(??)를 박차고 나와 현재는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로서 일하고 있다. 

이 매거진은 자서전이 아니므로 나에 대한 TMI는 여기까지.


격렬하게 퇴사하고 싶어 지는 짤


너도나도 N잡   # 지적재산권은 무서워...


요즘 대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취준 기간이 몇 년씩 될 정도로 취직이 어렵다는데, 막상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선 들어가자마자 나오고 싶은 것이 트렌드라면 트렌드. 퇴사를 강행해서 아예 전업을 하는 용자들도 있지만, 활용 가능한 플랫폼과 콘텐츠들은 어찌나 많은지, 여기에 주 40시간 근무와 재택근무의 활성화로 얻게 된 여유시간을 쪼개서 새로운 일을 하는 N잡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들이 좌충우돌 겪게 될 법률적 이슈는 다양하겠지만, 특히 N잡러들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각종 유튜브 크리에이터, 쇼핑몰 운영, 수공제품 판매, 앱 개발 등에 있어서 자주 문제가 되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얘기들을, 최대한 (…)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 보고자 한다.


그럼 시 작!




상표 정하는 법


첫 주제를 뭘로 시작할까 하다가, 누구나 창업하면 고민하게 될 문제 – 상표는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까? – 로 시작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상표를 정할 때 흔히 ‘그 상품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용어’를 독점하려고 한다. 커피우유에 ‘카페라떼’를 쓴다거나 화장품에 'Clear Difference’를 쓰는 것처럼 말이다. 불행히도 이런 상표는 그 상품을 생산하는 모든 사람들이 사용해야 하는 단어여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 다른 단어나 그림을 붙여서 ‘매일+그림+카페라떼’, ‘Estee lauder Clear Difference’와 같이 출원하면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상표 등록받을 수 있어요!


내가 아는 분도 비만 치료 전문 한의원을 시작하면서 내게 상표 출원 문의를 했는데, 아름답고 예쁘고 뭐 그런 종류의 단어들로만 이루어진 명칭을 쓰고 싶어 하셨다. 추후 사업이 잘되면 식품, 화장품 등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실 계획이 있으셨던 터라. 그런 설명적인 단어만으로는 상표 등록이 될 수 없고, 고유한 명칭을 만들어 출원하시라고 조언해드렸다. 그러나 다른 변리사는 등록이 된다고 했다며 내가 능력 없는 초짜라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결국 그분은 설명적인 단어만으로 된 명칭에 로고를 붙여 출원하여 등록받으셨는데, 이러한 경우 상표권의 효력은 그 ‘로고’ 에만 있게 된다. 따라서 분명히 우리 명칭을 그대로 베껴 쓰더라도 ‘로고’를 사용하지만 않는다면 상표권 침해가 아니게 된다(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주장해볼 수도 있지만 인정되는 경우는 아주 제한적이다).


이거 맛있는 거 RGRG?


최근 K-아몬드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몬드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이 아몬드는 독창적으로 개발해 낸 수십 개의 맛을 그대로 상품명으로 사용했는데, ‘와사비맛’이 나는 아몬드에는 누구나 ‘와사비맛 아몬드’라는 상표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상표법의 기본 컨셉이다. 와사비맛 아몬드를 처음 개발한 경우라면, ‘와사비맛아몬드’를 상표출원할 것이 아니라 그 제조방법에 대해서 특허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 포장 패키지까지 거의 비슷하게 베낀 짝퉁들이 범람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주장해서 인정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아마 해당 회사는 짝퉁 판매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독창적인 상표를 만들어 이를 전면에 내세워 광고를 하고 있는데, 한창 유행이 시작될 때 그런 조치를 취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오늘의 팁 - KIPRIS 사이트를 활용하자!


힘들게 정한 상표를 남이 이미 쓰고 있다면 정말 큰일, 상표를 정하기 전에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사이트(http://www.kipris.or.kr) 의 '상표' 탭에서 내가 생각한 상표를 먼저 쓰고 있는지 검색해보자. 


참고로 상표에는 '지정상품'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지정상품과 유사한 상품까지만 상표의 효력이 미친다. 가령, '리바이스'를 청바지에 등록했다면, 비슷한 상품인 '자켓'에도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만 '핸드폰'에는 주장할 수 없다. 그러니 내가 생각한 단어가 등록되어 있더라도 지정상품이 완전 다르면 그 상표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그 상표가 너어어어무 유명해진 경우에는 지정상품이 달라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키프리스 바탕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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