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들을 위한 저작권 이야기 ⑤
저작권 상담 중에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A. 저작권 침해 경고장을 받았는데, 상대방이 저작권 등록을 했대요. 그럼 무조건 침해인가요?
B. 소설을 하나 썼는데, 저작권 등록 무조건 해야 하나요?
세상에는 내가 발명한 것, 내가 만든 것들을 국가에 등록하거나 신고를 해야만 인정되는 권리가 있고(방식주의),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인정되는 권리가 있다(무방식주의).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은 전자라서, 특허청에 등록을 해야만 비로소 권리가 발생한다.
반면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등록해야 권리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다) 즉, 내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으면 그때부터 바로 저작권이 발생한다.
따라서 저작권이 등록되었다고 해서 그 저작권이 더 대단한 것도 아니고, 반드시 저작권을 등록해야 저작권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 저작권 등록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저작권법을 보면 ‘등록된 저작물은 그 등록된 날짜에 창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정하고 있다.
만약 A가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자.
영화가 완성되어 개봉을 하니, B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저 영화는 내 소설을 베꼈다’고 주장한다.
A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B의 소설이 발표되기 전에 내가 먼저 그 시나리오를 썼다, 그러니 베낄 수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A가 자신이 시나리오를 언제 썼는지를 증명하기 위해서 시나리오 초고의 파일 생성 날짜를 들고 나올 수도 있겠지만, 시나리오를 저작권 등록을 해 놓았다면 적어도 A가 그 등록 날짜 전에 시나리오를 창작했다는 것이 명백해질 수 있다.
이처럼 저작권을 등록해 놓으면 표절시비가 발생했을 때 도움이 된다.
또 저작권법은 이런 규정을 두고 있다.
저작재산권의 양도 등에 관한 사항은 이를 등록할 수 있으며, 등록하지 아니하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어려운 말이다.
다시 예를 들어 보자.
A가 시나리오를 한 편 쓰고, X와 영화 제작에 관한 각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X가 투자를 받지 못해서 영화 제작이 무산되었다.
그런데 Y가 A에게 ‘내가 영화를 제작해 보겠다’고 해서, A는 다시 Y와 각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렇게 무사히 영화가 제작되면 좋겠지만, X가 나타나서 Y에게 ‘이 영화는 내거야’라고 주장을 한다.
저작권은 자유로이 양도하거나 이용허락을 할 수도 있는데 부동산이나 특허권처럼 권리의 이전, 양도 등을 제3자가 알 수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은 일들이 종종 발생하게 된다.
이때 만약 저작권을 등록한다면, 저작권을 등록한 사람이 무적의 방패를 갖게 된다.
위 사례에서 만약 Y가 시나리오에 대해 저작권을 등록했다면, Y는 X의 주장에 대해 쉽게 ‘꺼져’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 X가 먼저 저작권을 등록했다면, Y는 X에게 ‘제가 A로부터 먼저 허락을 받았는데요…’라고 말할 수 없다. X가 무적의 방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영어 강사 C가 F학원에서 강의를 하면서 교재를 한 권 썼다. 그런데 C가 G학원으로 이직을 하면서, F학원에서 썼던 교재와 동일한 내용의 교재를 썼는데 F학원이 나타나서 ‘그거 내거야, 쓰지 마’라고 주장을 한다.
C가 저작권을 등록했다면, F학원에게 당장 ‘꺼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F학원이 먼저 저작권을 등록해 놓았다면, C도 G도 F에게 함부로 말할 수 없다. F가 무적의 방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작권 등록을 해 놓으면, 누군가가 와서 그 사람에게 '저작권을 양도받았다'거나 '그거 내 건데요'라는 말을 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저작물이 해외에 수출될 때 해외업체에서 복잡한 분쟁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저작권 등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의 교훈>
저작권 등록을 해야만 저작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저작권 등록을 해 놓으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