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에서

by 시숨

그때 그 포도밭에서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하신

주의 그 말씀이 아니었다면


초록빛과 보라빛 구슬 같은

송이송이 동그란 열매만

보고왔을지 모릅니다


달콤하게 입안을 감싸던

그 알맹이의 진하고 꽉 찬 맛만

느끼고 왔을지 모릅니다


주의 그 말씀이 떠올라

포도나무 가지를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열매를 향한 탯줄처럼

가늘지만 간절해 보이 듯

포도송이를 매단 가지


사과나무 같이

무거운 열매를 지탱할

튼실함은 없었지만

테이블이나 의자가 될 만한

곧음은 없었지만

오직 열매를 위한

이유들을 가득 안고

가지들은 나무에 꼭 붙어

있었습니다


더러 가지치기 한 가지들이

풀섶 위로 떨어져 있었으며

나무 바로 아래였으나

아득히 멀리 떠나간 듯

호흡 없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붙어있는 가지와

떨어진 가지

그렇게 저는 그 가지들 속에서

다만 은혜를 구하고 있는

작은 가지가 된 듯

포도나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요한복음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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