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가 걸어간다

by 시숨

알타미라 동굴에 황소 한 마리가

한 사람의 손끝에서 걸어나와

거센 뿔을 들이밀더니 피카소 앞으로 간다


몇 걸음에 쿵쿵대며 물감이 엎질러지고

이젤판의 질감에 발자국이 찍히고

황소의 털이 붓끝처럼 바짝 선다


둘 사이 간격 없이 촘촘하게 눈매들이 숨 쉬며

수만 장의 그림들이 영상으로 지나오는 동안

하나 비어 있는 장이 없다


한 줄로 꿰어진 화살 같은 벽돌들

죽으면 다음 세대가 더 쌓아 올린

끊임없는 바벨탑 위에서 멈추지 않은

우리의 계단은 이름 없는 이와 이름이 새겨진 이가

함께 올리겠지만, 든든한 판 하나가 되어

더 힘껏 밟고 오르는 길이 되리란 걸


피카소의 어깨를 밟고 훌쩍 뛰어오르고

클림트의 물감을 튕기며 황금물살에 올라탄

어떤 사람들은


그래서 다시 알타미라의 황소에

몸을 실어보는 가슴이 뛴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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