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린재 방문기

by 시숨

노린재가 예고없이 방문한 날

집 안에는 꼭 장마전선 같은

대립이 있었다


엄지손톱만한 그와

그에겐 소인국의 걸리버처럼 보였을

내 몸과의 대립


표정을 알 수 없는 그의 눈과

그믐날 고양이 눈처럼 커져버린

아내의 눈과의 대립


흰 벽지에 사각의 인공 공간과

어느 나무 곁에 있던 자연 일부와의 대립


두 피조물 사이에서

비가 곧 쏟아질 듯한 먹구름 같이

되어버린 나는

플라스틱 통 하나로 그의 하늘을 덮고

종이 한장으로 그의 발을 안아

창 밖으로 보낸다


어쩌면 놀랐을 그와

아마도 그보다 더 놀랐을 아내 사이의

어색한 전선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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