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과 두보

by 시숨

이백을 좋아하는지

두보를 좋아하는지

물어보았지


너는 두보를 좋아한다고 했어

질긴 삶에 찰싹 달라붙어

낡은 수저가 입가를 오갔고,

혹 비가 새더라도 기운 이불은

덮을 만했네만,

전쟁과 징병으로 타향을 전전하며

희어져 버린 머리카락,

걸어왔던 길 마냥 패인 주름들이

붓에 감겨 흐르고

먹에 누워 쏟아냈던가.

한 시대의 시는 왜 그리

걸쭉하게 다른 시대를 두르고,

국경도 쉬이 넘던가


이백의 술병을

두보의 뿌리 깊은 잔에 부어라

호방한 술기운은 멈춤이 없고

잔은 어디까지인지 채워도 채워도

넘침이 없다


달은 오늘도 홀로

이리로 향하니,

그래서 이백은,

늘 벗을 맞이한 것뿐이라


나는 이백을 좋아한다고 했어

위로 치닫는 시름을

그대는 보았는가

술이 폭포로 일렁이며

달처럼 환하게

달아오른 하늘이여


막힌 곳을 살면서는

환히 뚫린 곳을 보면서

사는 게 제격이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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