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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생일 알람을 끄고 일어난 참사

by 초린

나는 카톡 생일 알람을 끈 지 5년이 훌쩍 넘었다. 내 생일을 거리낌 없이 전할 수 있는 수단에도 불구하고 꺼버린 첫 번째 이유는 어느 순간 의무적으로 주고받는 듯한 생일 축하가 그다지 반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굳이 끌 필요 있냐. 어차피 시간 지나면 챙기는 사람들끼리만 챙기는데!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한다. 여태 내 생일 알람이 off인 이유는 연락을 잘하지 않고 지내는 친구들에게 받기보단 꾸준히 연락을 하고 지내는 친구들과 가족에게만 받으면 된다 주의였고 카카오 선물하기의 마케팅에 순순히 응하고 싶지 않았기도 했다.


중고등학생 때만 해도 학기 초, 돌아가면서 다이어리에 친구생일을 적어가며 기억하지 않았는가. 나는 그런 몽글몽글한 느낌을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딱 그 친구들에게만 축하를 받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생일 알람을 끈 첫해에는 켜놨던 때보단 적은 축하였지만 그 정도면 됐다고 만족했다. 그리고 그게 계속 유지될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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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해가 갈수록 이 바쁜 세상 속에서 내 생일을 기억해 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주 친한 친구에게 축하를 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휴대폰 하나에 의존하는 세상에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내심 서운함이 들었다. 쿨한 감정을 유지하려 노력해 봤지만 어쩐지 생각하니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ㅋㅋ) 연예인도 아니고 누가 내 생일을 열심히 기억해 줄 거라 생각한 그때의 내가 참 웃기기도 하다. 세상은 그렇게 내 위주로 돌아가지 않는걸


카톡 알림을 끈 지 6년 차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그런 반응에 강해져 아무렇지도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눈물이 고이거나, 서운함이 가득하진 않다. 그래 바쁘겠지 혹은 그래 생일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어하는 마음이 들뿐이다. 아직도 온전히 서운함 조차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천천히 내려놓는 모습과 제 몫을 하고 있느라 바쁜 이들이 잊지 않고 기억해 줌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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