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나는 여행을 꽤 좋아하는 편이었다. 과거형이 되어버린 이유는 여행에 대한 나의 태도가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 번의 여행 때문에 느꼈던 건 아니었다. 몇 번의 국내외 여행지에서 '난 분명 여행을 좋아하는데! 왜 여행지에 대한 감흥보다 얼른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일까?' 하며 의문 가득한 날을 보내온 탓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더 이상 여행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해외여행보단 국내여행이 좋고 그 보단 집 주변 천을 산책하거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좋아졌다. 30대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전환이 온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20대의 나는 과시욕이 앞서 여행을 좋아한다 착각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만 해도 해외여행 가는 게 그다지 보편적이지 않았다. 적어도 내 주변은 그랬다. 그랬던 탓에 현실은 여행비용을 모으려고 허리띠를 졸라매다 못해 끊어질 지경이었을지라도 여행을 자주 다니는 모습을 sns에 올리며 '나 해외여행 왔어'를 과시하고 싶었던 건 아닐지, 혹 그 마음이 여행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둔갑된 게 아닐지 말이다.
지금의 나는 과시욕이 전혀 없어졌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과시보단 현실을 중시하게 되었다. 여행에 드는 비용을 계획해야만 하는 어른이 되었고 매달 나가야 하는 돈이 항상 대기 중에 있어 당장 돈이 모였다고 바로 해외를 갈 수 있는 20대와는 달라졌다. 무엇보다 체력이 떨어져 여행에서 돌아와 일상을 회복하는 시간까지 생각해야 한다. 여행이 싫어진 이유를 나열하고 보니 20대의 내 과시욕이 여행을 좋아한다 둔갑시킨 것처럼 반대로 지금의 내게 닥친 현실적인 고충으로 여행이 그다지 반갑지 않아진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이래나 저래나 바뀌지 않는 사실이 있다. 내게 여행은 특별한 여행지에서 보내는 것보단 함께 가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그게 어디든 마음이 맞고 편한 사람과 함께라면 그곳이 집 방구석이더라도 여행지가 되곤 하니 말이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쯤엔 남편의 오랜 요구로 오키나와를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여행비용을 계획해야지만 갈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내게 조금 귀찮은 여행이더라도 누군가의 오랜 바람을 어느 정도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도 있다.
오키나와를 가게 되면 바다를 보며 망고주스를 마시고(있으려나?) 책을 왕창 읽다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