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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의 길로 들어선 게 실감 나는 순간

by 초린

나는 결혼을 막 앞둔 예비 신부이다.

동거를 시작한 지는 7개월 남짓되었고

현재 시점 결혼식은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청모, 청첩장 모임을 막 끝낸 나로서

'네가 결혼할 줄 몰랐다' '네가 결혼하는 건 참 신기하다'

라는 이야기를 많은 비율로 들었고 나조차도

그다지 인생에 결혼이라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지라

놀랍긴 매한가지다.


어찌 되었건,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는 빼도 박도 못하게 결혼할 운명이 되었다.

막상 적어놓고 보니 결혼을 당하기라도 한 것 같지만

결혼이라는 제도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던 내가

고심 끝에 선택한 이벤트(?)다.


한창 결혼 준비를 하느라

스냅이나, 관련 일들을 예약할 때

신부라고 불러주시는 게 엄청나게 어색했다.

마음속으로 내가 유부의 길을 간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요즘 부쩍 내가 유부의 길에 들어섰다는 느낌을 받는 대목이 있는데,

그건 바로 시댁이야기를 할 때다.

나는 워낙 둔한 성격이라 (점점 예민해지는 것 같긴 하다) 그런지

결혼 전부터 시댁식구들과 잦은 만남을 갖었고 그다지 개의치 않았었다.


그리고 모든 만남이 유쾌했다. 만남을 가질수록 시댁식구들과 앞으로도 어떤 갈등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신혼집으로 이사 온 후부터 알게 모르게 시월드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되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유부녀인 친구들 혹은 동료에게 시댁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결혼하기도 전인 신혼집에서 온 가족이 집들이 겸 자고 간다던지

결혼식을 코앞에 둔 시점에 어머니가 우리 집에서 지내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던지..


내가 보통의 개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다르게 드러날수록 시댁이야기는 점점 내 입에서 떨어질 줄을 모르고,

이걸 들은 친구들은 '네가 유부녀인 게 느껴진다'며 한마디를 던지곤 했다.


맞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소리가 가족 간의 대치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런 것들인가 보다.. 싶었다.

출퇴근을 하다 혹은 주말 카페에서 목에 핏대를 올리며 시댁욕을 하던 그분들이 생각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러지 않아야지. 하며 스쳐 생각한 것들이

와장창 깨지고 있다.

아직은 그다지 목에 핏대를 올리진 않는다.

다만, 이게 맞다고..? 하며 갸우뚱대는 내가 잦아지고 있으며

점점 그들처럼 목에 핏대가 서진 않을까 단단히 마음을 잡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마음속에 늘

'그럴 수도 있지' '다를 수도 있지'

'그럴 의도는 아닐 거야'를 쥐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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