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롭지 않은 직장생활
이제 3년 차가 조금 넘은 직장인이다.
IT직무로 전환 후 세 번째 회사를 경험하고 있다.
별거 없는 스펙으로 IT회사를 찾으면, 대부분 그다지 좋은 환경에 가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리하여, 적은 연차수로도 세 번째 회사를 경험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첫 번째 회사는 아주 소기업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끼리 굉장히 돈독했고
일정이며 진행상황이 아주 투명하게 진행됐다.
분위기는 탑.. 회사에 돈이 부족한 것 말고는 완벽했다.
그게 제일 큰 흠이었지만.
두 번째 회사는 조금 더 큰 기업이었지만
도대체 캐시카우는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사업체마저도 무슨 돈으로 운영되는지 모르는 곳이었다.
회사의 존재자체가 신기했던 곳으로 실무자들은 열심히 해내지만 결국 시장에 니즈는 알 수 없고, 대표의 뜻대로만 움직이는 바람에 재직기간 동안 고개가 갸우뚱대기 바빴다.
세 번째 지금 회사는 캐시카우가 뚜렷하고, 2년이 막 넘었지만 매출이 점점 상승중이다. 앞으로 더 더 커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모회사의 투자를 받고 크는 자회사고 IT 부서의 힘은 아주 적은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회사가 잘 되어야 하는 한 배를 탄 사람들끼리도 밀당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각팀의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이지 특정팀의 영향력이 더 커야하는 것은 아닐텐데. 기획자로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을 '타 팀이 요청 들어오지 않으면 일단 뭉개라'라는 팀장님의 지시가 아주 못마땅한 상황이다.
조직개편에도 문제가 있어, 사실상 기획자가 아닌 분 밑에서 있으려니 제대로 컨펌받기가 힘들다. 그보다 답답한것은 어떤 버그나 이슈가 있어 요청사항이 왔을 때, 해결을 했다면 운영을 위해서라도 발바삐 해결책을 제공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나, 어쩐지 팀장님은 이런 심플한 상황에도 '다 됐다는 소리 하지 말라'며 밀당을 선전한다.
이유를 물으면, 그렇게 요청사항을 빨리 들어주면 고마운 줄 모른다.라고 하는 것이다. 내 두 귀를 의심했다. 그렇게 타 팀을 평가할 만큼 우리 회사는 여유롭지 않으며 하루하루빨리 기능을 복구하고 쳐내도 시원찮을 시기에, 갑질을 하라니. 내내 답답한 심경이 들었다.
아니라면, 내가 아직 짬이 덜 차 이 피바람부는 직장생활을 겪지 못했던 것일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쨌든 이래나 저래나 그다지 좋은 태도는 아닌 것 같았다. 최소한 그런 멘트를 던지기보단, 체계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면 요청사항을 우선 받고 진행현황을 공개하자는 뚜렷한 모습이라도 보이던지.
너네 요청사항을 우리가 들어줄게. 라며 도리어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글쎄, 내 성향과는 맞다곤 할 수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