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미닐멀리스트는 없다.

by 초린

나는 자칭, 타칭 미니멀리스트이다.

상대적으로 본다면 누구보단 물건이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겠지만

내 가치관은 필요한 물건 중심의 소비로, 쓰지 않는 물건은 판매를 하든 버리든 처리하자는 주의이다.

그러다 보니 비교적 물질만능주의인 이 세상에선 남들보다는 적은 물건으로 살아가고 있다 할 수 있겠다. 아직도 물건이 많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세상은 물건을 적게 가지는 것 보다 많이 가지는 게 쉽다.

인간의 본성인 욕심 때문이다.

나도 역시 이전에는 엄청난 멕시멀리스트였다.

소비를 주체하지 못했다. 학생시절 월급날만 되면 사고 싶은 리스트를 차곡 모아두곤 남은 날은 생각도 하지 않고 몽땅 사곤 했다. 그 바람에 남은 25일은 가난하게 살다 다시 월급날 80% 이상을 몽땅 쓰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그때는 한 푼 아끼는 것이, 물건 하나 안 사는 게 어찌나 어려운지 매달 가난하게 살 때면 후회를 잠시 해보지만, 다시 월급날이 오면 반복이었다.


어찌 되었던 모든 사람에겐 소비욕, 소유욕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미니멀리스트로 살고 있는 분들도 처음부터 미니멀리즘을 추구 한 사람은 극히 적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미니멀리즘 추구는 10여 년 전부터 슬슬 시작되었다.

슬슬 시작되었던 이유는 단번에 물건을 줄이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에 어학연수를 간 시점이었다.짐을 조금 챙기는 게 어려운 나는 모든 내 물건을 거의 다 챙겨갔었고, 중국까지 가는 건 문제가 없었으나 문제는 방학 때 도시를 이동하면서 발생했다.


혼자 이동해야 해서

물건을 줄여야 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다 가져가다가는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줄이고 줄이고 줄였는데도 캐리어의 무게는 어마어마했다.

최소한이라 생각되어 더 이상 줄이지 못하고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그 무거운 캐리어 하나가 내 발목을 잡았다.

더운 한 여름에 땀을 뻘뻘 흘려 도시 이동한게 어찌나 힘들었는지

다시는 물건을 많이 사지 않겠노라 다짐했던 인생 첫 에피소드였다.


그러다 귀국 후엔 다시 멕시멀리스트가 되었고,

나에게 그다지 맞지 않은 옷도 예뻐 보이면 샀으니 말 다 했다.

그러다 다시 호주로 워홀을 가게 된 시점이었다.


예쁜 옷을 입고 호주를 거닐어야지 생각했던 나는

그새 중국의 기억은 잊고 또 한 바가지 짐을 챙겨갔다.

실수는 반복된다 했는가, 또 도시를 이동할 일이 생겼고

그때도 또 한가득 짐을 버려도 이고 지고 갔다가 또 후회를 하곤 했다.


이렇게 몇 번 된통 당해봐야 물건을 그만 사야겠다 생각하나 보다.

그때 너무도 절실히 물건을 그만 사야겠다는 걸 알았다.

이제 그만~


그렇게 나는 스리슬쩍 10년이란 세월 동안 조금씩 물건에 욕심을 버리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사고 싶은 물건은 많지만 이제는 정말 필요한 물건인가,

내가 가진 물건 중 같은 쓰임이 있는 물건은 없는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사계절 옷은 장롱에 모두 들어가고 여행을 갈때도 최소한의 짐만 가져간다.

참고로 남편은 장롱을 나의 3배를 쓰지만 여름옷은 따로 관리해야 한다.

나는 조금씩 오늘도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해 소비를 고민하고

정리할 것들을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