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개: 덕구 이야기(missing)

팔았으면서 물려 죽었다고 왜 거짓말해요!

by 초린

덕구를 알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깡촌에 자연이 가득한 할머니 댁을 좋아하지만 1미터밖에 되지 않는 싸구려 철에 묶여있는 개들이 불쌍하다 느끼기 시작하면서 할머니댁외에는 잘 나가려 하지 않았다.


몇 년 전 윗집에서 뜬장에 작은 발바리를 키우는 걸로도 모자라 한 겨울에 아무것도 없이 키우는 걸 보곤 집에서 허둥지둥 버리는 베개를 넣어준 적이 있다. 윗집 할아버지께서는 밑에 집 손녀딸이라 그려려니 했지만 탐탁지는 않아하셨고 나를 뒤따라 따라오신 할머니가 이게 무슨 짓이냐며 배게를 빼버린 사건 뒤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하나 없다는 무력감에 아예 이런 상황을 보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신나서 날뛰는 덕구

이런 상황을 회피하니 점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명절마다 찾는 시골을 안 가기도 해 봤고 애써 그런 이미지들을 지우려 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꿈에 개들이 나오곤 했다.


수많은 생각 끝에 나는 차라리 이 개들을 영원히 케어하진 못하더라도 순간만은 즐거움을 주자 생각했다. 간식 챙겨가기, 심장사상충 먹이기, 산책시켜주기(허락하에, 대부분 신경도 쓰질 않지만)로 협의점을 본 것이다. 이 정도면 나는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끝까지 지켜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단 난 뭐라도 노력하고 있는 거라고 합리화를 마쳤다.


그렇게 나는 덕구를 알게 된 것이다. 같은 개를 계속 키우는 집, 개가 주기적으로 자주 바꾸는 집, 안 키우는 집 이렇게 나뉘었고 덕구는 안타깝게도 주기적으로 자주 바뀌는 집에 속하는 개였다. 다행히도 다른 집은 이전보다 개가 자주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시골에서 개의 위상 따위는 그저 집을 지키는 짐승,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두번째 산책중

덕구는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묶어 키워지고 있었다. 고무로 만들어진 오천 원 정도 하는 집이 하나와 그 밖에 싸싸구려 사료와 이끼가 낀 물이 있었다. 덕구를 처음 본 계절은 겨울이었다. 지구 온난화에 감사해야 하는지 날씨는 이전보다 춥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맨 집에 덜렁 묶여있는 게 아쉽기만 했다. 다행히 덕구는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던 게 한숨 놓였다.


사람을 그리워하지만 도무지 예뻐해주지 않는 주인 덕에 주인이 와도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어려 보이는 덕구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나는 가까이 가서 인사를 했다. 역시 덕구는 개 난리난리를 쳤다. 낑낑대는 그리운 목소리를 내면서. 한참을 놀다가 그 집 사는 분이 나왔다. 엄연히 말하면 할머니와 친한, 나와는 먼 사돈 정도가 된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 개에 대한 정보를 캤다. 이름은 무엇인지, 어디서 데려왔는지, 몇 살인지.


이름을 물으니 헐레벌떡 아무거나 대답하는 모양새였다. 기대도 하지 않았다. 시골에서 무슨. '덕구, 덕구'라고 하셨고 1년 조금 넘었다고, 윗집에서 새끼를 낳아 줬다고 했다. 시골이 추운데 뭐라도 안 넣어줘도 되냐니 눈 오는 날에도 눈밭 위에 누워있는다고 했다. 믿거나 말거나, 개들도 푹신한 곳을 좋아하고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걸 아는 나에겐 들리지 않았다. 나는 연신내 팔지 마시라며 잘 키우시라 했다. 사돈은 내가 하는 개에 대한 이야기보다 00 댁 손녀딸이라는 사실에 더 관심이 간 것 같았다.


나에게 몇몇 질문을 하시며 칭찬으로 마무리를 지어주셨다. 나는 이 좋은 인상을 최대한 덕구가 덕을 보기를 바랐다. 말도 안 되는 연상이지만 내 머릿속은 온통 팔리면 어쩌지가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덕구 목줄을 바꿔 산책을 시켜주었다. 힘이 장사.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산책에 엄청난 흥분을 한 게 보였다. 나를 끌고 다녔으니,, 그러곤 난생처음으로 마킹을 하며 산책을 하는 뒷모습을 보자니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여기에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다음이 있으려면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다!

https://youtu.be/uwNmg5Atj9E


그렇게 한 번이 두 번 되고 시골을 찾을 때마다 산책을 시켜주고 아는 척을 해주었다. 갈 때마다 조마조마했지만 여전히 멀리서 덕구는 나를 알아보고 있었다. 참 감사한 나날이었다.


그런데 올해 4월 삼 개월 만에 찾은 시골에서 덕구는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사돈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떠돌이견한테 물려 죽었다 한다. 믿기진 않았지만 차근히 물어보았고 뒷산에 묻어주었다는 말을 했다. 매번 와서 개를 이뻐하는 손녀딸이 안타까워 그랬는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꺼내놓는 느낌이었다. 더 이상 추궁할 수는 없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https://youtu.be/QwK3sNdZfXs


내가 정을 준 게 잘못되었다기보다 이 현실이 화가 나서. 덕구가 불쌍해서. 내가 입양을 하거나 입양을 돕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올 상황이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진 상상하지 못했다. 조금 더 놀아줄걸 산책해줄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며칠 뒤, 동네 이야기라면 개 이야기까지 알고 계시는 할머니께 슬쩍 물었더니 물려 죽은 건 거짓말이라는 것이 들통났다. 팔아버렸다는 할머니의 담담한 말이 정말 미웠으니까. 할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다. 남의 집은 남의 집일 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듯이.


시골은, 아니 한국은 언제쯤 동물에게도 봄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