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월루하게 되었습니다.
월루란?
'월급 루팡의 줄임말로써 급여만큼의 일을 하지 않고 시간만 때우고 가는 뜻'이라고 정의하면 되려나.
그렇다. 나는 딱 월급을 도둑질하고 있는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It회사로 직무이동을 한 지 꼬박 9개월이 되었다. 3개월이 지나면 이제 완전한 1년을 채우게 되는데 늦은 취업으로 인해 처음 맞이하는 입사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직무이동을 하고서 많이 뿌듯했다. it회사라니 내가? 내가?! 나는 it라면 이과생 이어야 하고 컴퓨터를 잘 다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인지 문과생인 내게 참 익숙하지 않은 분야였다.
여하튼 10개월 차에 든 uxui디자이너로서 현재 내 직무에 만족하냐 묻는다면. No! 완전히 아니다. 사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나는 Uxui디자이너에서 기획자로 방향을 조금 틀었다. 둘의 직무가 아예 관련 없는 직무는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나는 입사 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다양한 일을 해왔다. 그 결과 나는 기획 쪽이 더 맞다는 걸 깨달았다.
내 직무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데는 직무자체라기 보단 이도저도 아닌 포지션으로 쓰이기 때문인데 입사하자마자는 사업계획서를 쓰고 그 이후엔 qa 앱 기획 및 디자인도 했다가 지금은 또 마케팅일을 하고 있다. 회사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좋지만 뚜렷한 일감이 있지 않다. 내가 원하는 일감이란 것은 자체앱이 잘 되어 uxui적으로 업데이트도 하면서 유저들을 트레킹 하며 더 좋은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웬걸 지금은 마케팅이다.. 여기저기 쓰이는 나를 보자니 이 경력이 과연 도움이 될지 의문이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입사 직후에는 너무 여유로운 분위기에 입사한 지 일주일도 안되어 꾸벅꾸벅 조는 불상사도 일어났었다. 속으론 왜 나를 뽑았을까? 하는 의문 가득..
쨌든 그때는 이러다 이도저도 안 되는 물경력의 소유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있었다. 늦은 취업 탓으로 더 이상의 시간낭비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마음이다. 마케팅으로든 뭐든 결과를 낼 수 있다면 다음 이직 시 아예 도움이 안 되는 일은 없다로 결론 내렸다. 기획 쪽으로 방향을 텄으니 현재 마케팅일을 하지만 나는 콘텐츠 ‘기획’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경력이 생긴다.(물론 결과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그렇다고 내내 직무와 맞지 않는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 회사에서 어떤 포지션이든 주워진 일은 잘 해내야 하지만 틈틈이 포트폴리오 정리 및 사이드프로젝트로 이직준비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와 같은 현타를 느끼고 있는 신입이라면 물경력이 될까 하는 걱정대신 뭐든 경력이 안 되는 것은 없으며 다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대신 안주하지 않고 달려 나가야 하는 것은 우리의 소명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