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노트부터 펴는 습관이 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온천을 가는 것도 산에 가는 것도 모두 스트레스를 푸는 일종이라지만 우선은 노트를 펴고 우다다 써 내려가는 것만큼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 행위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상하리만큼 감정에 휘말릴 때 끄적이면 한 타래에 얽혀 있는 화나는 마음, 속상한 마음, 부정적인 마음이
하나씩 풀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다시 글을 읽어보면 내가 어느 지점에서 스트레스를 받았고, 또 그게 얼마나 사소한 일인지 깨닫는 일련의 과정이 담겨있다. 마치 잠시나마 도를 닦고 이치를 깨닫는 듯하다. 거기에다 '아, 이럴 땐 이렇게 생각하면 되는구나'하는 해결방안까지 찾게 되니 쓰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더러운 몸을 깨끗이 씻는 것처럼 하얀 노트에 내 지저분한 마음을 한 바탕 쏟아내면 내 마음의 더러운 게 노트로 옮겨가 씻겨지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써 내려가면 갈수록, 마음은 가벼워지고 별일 아닌 것에 힘을 쏟고 있음을 피부치로 느낀다. 그리고선 내가 좋아하는 온천을 가거나 운동을 하면 금상첨화지만 냉수 한잔만 해도 말끔히 씻은 개운함 마저 들어버린다.
그만큼 쓰는 행위에는 엄청난 치유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반성을 할 때도, 행복할 때도, 슬플 때도 어김없이 쓰고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원하는 게 있어도 그저 써 내려간다. 그러다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반성도 하고 행복함은 더 커지며 슬픔은 작아진다. 하고 싶은일은 조금씩 시작이 되고 원하는 것도 어느정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록에는 그만큼 힘이 있다. 요즘따라 느끼는 것은 '기록이 나를 구한다'는 것이다. 내가 쓰고 내가 하는 것이라지만 그 행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를 구해준다. 이따금씩 데스노트나 누군가를 증오하는 마음으로 하는 기록도 기록이라면 예외상황은 있겠지만 우리 모두 그러한 부류의 사람은 아니라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