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들과 하는 사이드프로젝트에서 살아남기
비전공자로 직무변경을 하면서 몇 개월동안 만든 포폴로 취업을 했다. 직무는 내가 준비하고 원한 직무가 맞는데 웬걸 막상 그 업무는 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의 비애인가.
애초에 많은 기대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직무만 할 거라는) 취업과 동시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라도 나는 꾸준히 직무 관련 일을 빌드업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UX/UI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혹은 실무자인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마침 사이드 프로젝트를 구하고 있었고 다행히 사이드 프로젝트에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첫 OT에서는 듣자 하니 다들 실무자였다. 경력은 신입부터 무려 6년 차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었고, 대부분 전공생이었다. 직감적으로 내가 제일 부족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동시에 못할게 뭐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부착되어 있었는데 기획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아이디어만 좋으면 살아남겠지~ 했던 내 과거이다.
막상 프로젝트에 참여하니 초반에는 부족함을 느끼기보단 이 정도면 나도 충분히 쳐내겠단 생각이 가득했다. 중반에는 아 내가 부족하긴 한데 그래도 이 정도면 할 수 있다. 후반에는 아, 나는 부족하다. 는 생각이 지배했다. 매번 참여하는 미팅에서는 그들 사이에서 밀려나기 일쑤였다.
실무에서 혹은 학교에서라도 해 본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그래봤자 혼자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정도) 리서치에서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게 어려웠다. 아이디어는 무작정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꺼내는 게 아니라 사회현상 그리고 시장조사와 어우러져 논리적으로 뽑아내어야 하는데 일단 그게 부족했다.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내는 통에 근거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어 진땀을 뺐으니까.
그중 한 팀원은 기획자가 그렇게 의도 없이 기획하는 게 어딨 냐며 질타 아닌 질타를 했었는데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너무 맞는 말이라 한동안 열등감과 창피가 뒤섞였다. 몇 번 그런 경험이 지속되니, 참여하는 미팅에서 당당하게 의견을 못 내게 되었다. 그러다가 아니 내가 왜? 일단 경험이 없으니 배 째자! 기획에 정답이 어딨어? 하는 마음이 올라오는 것이다.
열등감을 이용하는 법은 주눅 들지 않는 것이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내 의견을 똑똑히 전달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근거는 있어야 하지만 정답이 없기 때문에 일단 전달 후 설득하는 것이 좀 필요할 뿐이다. 계속해서 모두 실무자라는 사실에 나 자신이 압도당했던 것 같았다. 나는 배워가는 입장이니 뒤로 뺄 필요는 없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끝이 나고 결과물을 보니, 내 지분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내가 참여했나? 싶을 정도로 몇 가지의 아이디어를 낸 것이 반영되긴 했지만 여하튼 다른 사람들에 비교하면 한참 부족했다. 하지만, 첫 프로젝트이고 매 미팅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았으니 이만하면 난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음번엔 더 나은 근거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될 터이니. 쫄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