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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다연 Dec 29. 2021

소통과 피로감

SNS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


 정보화,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무수히 많은 정보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으며, 그 기술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다. 이런 최첨단 시대에 살고 있는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을 마치 폴더폰처럼 통화하는 용도로 밖에 사용할 줄 몰랐다. 휴대폰도 그러하니 컴퓨터나 다른 전자장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정말 기계치라는 말을 달고 살 정도였으니, 무엇인가를 시작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 내가 올 해 8월부터 블로그를 처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홈페이지형 블로그를 만들고, 사진을 찍으며 네이버 logic과 포스팅하는 방법 등 많은 강의를 듣고 공부를 했다. 블로그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책도 가까이하게 되고 독서모임이라는 것도 가입을 했다. 분명 새로운 세상과 만났고, 생각의 깊이에도 변화가 생겼으며 나의 삶에 전환점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블로그를 강의하는 강사들은 체험단과 기자단 등을 통하여,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달콤한 속삭임을 한다. 썸네일을 예쁘게 만들어 블로그 홈을 꾸미고, 글은 몇 자 이상 어떠한 크기로 적으며 매일매일 포스팅을 해야 지수가 높아져 방문자 수가 많아진다고 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두 달간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포스팅 지옥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무엇을 올릴지 몰라 맛집과 카페만 주야장천 다녔다. 하루는 카페만 3곳 이상을 돌며 커피만 연장 들이킨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내 돈 주고 먹는 음식을 사진 찍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수많은 정보를 힘들게 올리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회의가 느껴졌다.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혼자 읽기에는 아무래도 의지가 약해지는 것 같아 소통하기 위해 독서모임 또한 들어갔다. 이미 너무 많아져버린 오픈 채팅방에서는 쉴 새 없이 톡이 올라오고, 강의와 책 홍보 등 정보는 넘쳤다. 그 속에서 나는 왠지 모르게 자존감이 떨어지고 열등감이 밀려왔다. 

 다들 블로그를 통해 돈을 벌고, 자신의 강의와 책을 홍보하며 제품을 팔고 있는데, 정작 나는 이 분야에서 뭐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아니, 바쁜 일상 속에 대화조차 제대로 섞기 힘들었으며, 몹시 피곤했다.  사회적으로 전문직에 종사하며 당당했던 내가 한순간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모두들 직장에 다니면서도 열심히 SNS 활동을 하는 모습에 동기부여를 받고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었다. 업무가 늘 과중한 나는 직장에서의 시간은 좀처럼 낼 수 없었고, 퇴근해서는 집안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의 일과는 곧 마감하고 만다. 그래서 많이들 하고 있다는 일명 새벽 기상을 해서 책을 읽고 글을 써보기로 했다.  

모두들 자고 있는 새벽시간 음악을 들으며,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안 되어 그만 병이 나고 말았다. 체력이 약한 탓이었다. 

 그렇다고 메타인지가 부족해서 시간관리를 잘 못하는 것도 아닌데, 계획이 틀어질 적마다 ‘나태’가 주는 달콤한 휴식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늘 질책하게 된다.    

  

 저녁시간 언 팔러를 잡겠다고 인스타 계정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 딸아이를 바라본다. 곧이어 언 팔러를 잡고 쫓아가서 ‘좋아요’를 모두 취소한다. 맞팔을 해주지 않거나 공감을 함께 하지 않으면 곧 정리 들어가고, 매시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SNS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자꾸만 방문자 수를 확인해 관종이 되고 싶어 하고, 나에게 공감해 주지 않을 적에는 상대방에 대한 서운함을 넘어 분노의 감정까지도 지니게 되는 것 같다.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는 실패와 힘들었던 과정들은 뒤로 한 채, 타인의 삶 속 밝은 면만을 보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SNS로 보이는 그들의 행복한 삶을 부러워하며 스스로를 압박하기도 한다.

 인플이 되고, 강의를 하며 마케팅을 하는 이웃님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만큼 성장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끈기가 있었는지 그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아픔까지도 가늠할 수 있어야 함을 느낀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전업이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과 같아질 수 없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주업이 그들과는 다르게 그리 녹록지 않으며, 너무나 많은 일에 욕심을 부려 내가 만들어낸 ‘못난 나’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음을 말이다. 그렇다고 SNS에 집중했던 5개월이라는 시간이 후회되는 것은 아니다. 나를 기계치에서 탈피하게 해 주었으며, 힘들었던 시간마저도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다가오는 임인년 새 해에는 오픈 채팅방에서 마상을 받는 대신에 카카오 브런치에서 작가님들의 좋은 글을 만나고, 소통하기를 소원한다. 또 다른 세계에 문을 두드리고 싶은 나는 정말 지치고 싶은 틈이 없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부러움의 대상일 것이다. 내가 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서 보잘것없이 보이고, 타인의 장점은 한없이 커 보인다. 종종 더 잘난 사람과 스스로를 비교하면서 좌절하기도 하지만, ‘나’라는 존재는 오늘도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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