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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1)

캠핑난리

by 박하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캠핑날짜를 잡아도 어찌 아이가 개학하는 날을 끼워서 잡는지 모르겠다. 그런저런 불만을 토로하면 앞으로 아이 데리고 갈 때마다 서로 불편할 테니 마음으로 삼켰다. 오전 10시 출발이라고 했는데 딸은 술(처) 드시고 새벽에 들어왔다. 당연히 출발시간에 못 일어난다. 어제 일찍 잠이 들어버려 딸이 들어오는 기척을 못 들었다.


아이는 어젯밤에 "내일 아침은 비빔밥이 어때?"라고 물었다. "당연히 좋지" "그럼 내가 해줄게" 아침이 되자 아이가 비빔밥을 한다고 나선다. 냉장고 안의 나물들을 살펴보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계란프라이만 하면 되지?" '계란을 반숙으로 굽겠다'라고 기세가 등등하다. 막상 계란을 깨는 것도, 기름이 뜨거워진 프라이팬 위에 올려놓는 것도 겁이 나 못한다. 계란을 손으로 탁 쳐서 팬에 올리는 시범을 보였다. 나머지도 내가 해주겠다고 하니까 정색을 한다. "내가 할 거야" 계란이 생각보다 잘 안 깨지고 팬 위에서 반으로 벌어져서 흘러나오는 것도 잘 안된다. 결국 내손을 빌렸다. 뒤집는 것은 본인이 한다고 나섰다가 그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나물을 있는 대로 꺼내 썰고 하나는 새로 무쳤다. 핵심나물은 그제 아이가 주방놀이 하면서 만들어 놓은 오이나물이었다. 식초를 많이 넣어 시어서 못 먹는 것을 쓰임이 있을 것 같아 두었는데 쫑쫑 썰어서 재료로 쓰니까 훌륭했다. 그럴싸한 비빔밥이 완성되었다.


아이와 사위가 식탁에 앉았다. 사위에게 물었다. "어제 몇 시에 들어왔어?" "두시요" "미친것 아니가! 오늘 캠핑 가는 거 알면서" 거실에서 하는 자신의 욕을 들은 딸은 부시럭대면서 일어나더니 다시 쓰러진다. 제 엄마가 배가 아프다고 하니 아이는 팥주머니를 레인지에 데워 배에 올려주고 따뜻한 물과 소화제를 꿀에 섞어 스푼채 가져가 먹인다.


못 가겠다는 딸에게 "안돼. 같이 가야 해"만 되풀이하던 사위가 결국 아이만 데리고 나섰다. 웨곤에 가득 쌓인 짐들이 위태위태하다. 불안해서 위의 짐 몇 개를 내려서 들고 주차장까지 배웅하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문이 열리고 웨곤을 끄는 순간, 제일 위에 있던 보냉백이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는 동시에 술냄새가 확 퍼진다. 보냉백 아래로 술이 줄줄 샌다. 큰일 났다. 2023.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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