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딸의 이름을 훔쳤다. 존경하는, 사랑스러운 분의 방송 영상에 '좋아요'를 누르고 싶은데 회원가입을 해야 '좋아요'를 누를 수 있었다. 문제는 가입연령이 '1960년'이 마지노였다. '1960년' 전에 태어난 누구도 그 사이트의 회원이 될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어쩌겠는가. 생년을 빌릴 수도, 살 수도 없으니 훔칠밖에.
고백하자면, 딸의 명의를 도용할 때가 많다. 초등아이가 싸인을 해오라는 숙제를 들이밀 때 나는 딸의 글씨를 흉내 내어 써준다. 공적인 서류에 아이 부모의 이름을 써가는 게 국룰이다.
아이가 비대면으로 하는 활동의 인터넷서류에도 부모이름을 적는다. 대부분의 상대방은 나를 '어머니'로 호칭한다. 구태어 부인은 하지 않는다. 할머니라고 밝히면 그다음의 대화가 조금 어색해질 수도 있다.
10여 년 전 딱 한번 명의도용 없이 나이 제한 카페에 가입한 적이 있다. 당시 최고인기를 누리던 '아기옷카페'가 회원가입에 나이제한을 두고, 카페장이 승인을 해야 가입이 되었다. '시어머니가 가입하는 것을 막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혼자 웃었다. 카페장에게 글을 썼다. '아기옷을 여기서 구매하고 싶다. 나이제한에 걸려 가입을 못하고 있다. 잠시 풀어주면 가입을 하던지, 어떤 방법으로 나를 들여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전화번호도 적어두었다. 카페장과 통화 후 가입이 되었다. 그 카페는 이제 없어졌다.
작은딸이 친구들이랑 찍은 사진을 카톡에 올렸다.'너가 제일 예쁘다'고 했더니 딸들이 또 생년월일을 밝히라고 한다. 사실 나는 숨기거나 훔치거나 하는 것에 서툰 사람이다. 딸들도 새 옷을 입거나 조언을 듣고 싶을 때는 내게 청한다. 작은딸이 예전에 맨날 묻는 게 "살쪘냐' '안 쪘냐'였다. 대답하기 곤란할 때는 진실을 말하면 된다. 딸들은 내 대답을 신뢰한다. 대답에 따라 출근하려고 입고 나온 옷을 다른 옷으로 바꿔 입기도 한다.
딸들은 나를 오해한다. 엄마에게 휴식이 필요하니 같이 여행을 가자고 조르고, 우리랑 가기 싫으면 엄마 혼자 다녀오라고 하기도 한다. 엄마가 외롭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도대체 내가 외로울 틈이 어디 있노? 이 아가리파이터들아" 내 대답에 딸들은 빵 터진다. 내게 필요한 것이 휴식인지, 혹은 어떤 식의 리뉴얼인지 사실 나도 잘 모르고 산다. 당장의 하루하루가 내 인생의 전부니, 바쁘게 달려가는 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