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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pr 24. 2023

브런치작가가 되고 싶다는 아이

표범과 나무늘보

내 브런치를 '구독'도 '좋아요'도 누르지 않고 매일 보는 열렬한 애독자가 있다.


● 나도 할머니처럼 브런치 작가하면 안 돼?  
○ 그냥은 안되고 브런치에 글을 보내서 합격을 해야 되는 거야
● 그럼, 나도 글 써서 브런치에 보낼게
○ 그래 글을 적어봐 선배로서 한번 봐줄게.
 아이는 "표범과 나무늘보"라는 글을 적었다. 이 정도면 되냐고 물었다.
○ 음 너무 멋진데,  리나야 네가 적은 게 원고지 두 장 반이잖아 그런데 브런치에 보내려면 원고지 열 장 정도는 적어야 해 쓴 글을 늘여야 할 때는 어떻게 늘이냐면...



아이는 "표범과 나무늘보"라는 제목의 글을 적었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할 때는 표범이 되고, 하기 싫은 것은 나무늘보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아이를 부를 때 붙일 수식어가 하나 더 생겼다. '표범 리나' '나무늘보 나' 


"소중하고 고귀한 리나야" 아이를 부르는 말이다. 학교 마치고 전화할 때, 그냥  눈 마주칠 때, 눈뜰 때, 눈감을 때,  '소중하고 고귀한 리나'는 춤추고 놀 때는 용맹한 '표범'이다.  공부하고 숙제할 때는 '나무늘보'인 우리 '소중하고 고귀한 리나' 부목을 하고도 종일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 '소중하고 고귀한 우리 표범' '소중하고 고귀한 우리 나무늘보'


"할머니 수술할 때 안 아파?"  묻다가  "매도 먼저 맞는 매가 나으니까 빨리 수술했으면 좋겠다" 하기도 한다.  아직 수술일정이 안 잡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은 하루하루다. 나도 모르는 사이 큰 숨이 자꾸 나온다. 아이를 조금 더 세심히 살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자책과 회한에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것 같다.  오늘은 아이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배드민턴 대회날이다. 이제는 도리없이 내년을 기약한다.


심리학에서, 뇌에는 '행복세상'이라는 영역이 있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 어떤 것들이 저장되는 곳의 이름이다. 아이는 부목을 하고 문방구에 가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이에게는 지금 이 순간도 행복한 기억으로 저장이 되면 좋겠다. 길에서 만난 아이들은 밝고 활기차다. 인스타그램에만 불행이 없는 것이 아니다. 도로에도 불행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행복하면 좋겠다.


불량식품을 고르는 표범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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