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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pr 20. 2023

피아노학원

누구에게 유리할까

며칠 마음의 병이 났었다. 스크레치가 아물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텐션 높은 아이가 대번 기가 죽었다. 자꾸 내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할머니 화났어?" 묻는다. "아니 화난 게 아니고 기분이 다운되어서 그래. 바로 회복이 잘 안 되네." 아이가 3년째 하던 방과후학교 바둑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고학년이 되자 친구들은 아무도 없고 새로 오신 선생님은 재미가 없는 게 그 이유다. 방과후학교 수업은 아이 뜻대로 결정하게 하는데 바둑만은 계속했으면 했다. 


방과후학교가 업체위탁으로 바뀐 뒤 해마다 담당선생님이 바뀐다. 질 좋은 물건을 골라서 사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 교육이 기술만 가르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아이와의 소통은 시간이 필요하다. 학년이 바뀌어도 아이와 히스토리를 공유하는 방과 후선생님이란, 학부모만의 과한 바람일까. 아이 마음과 내 마음을 들여다보다 내 욕심을 비워냈다. 


 초등5학년인 아이의 하교시간. 정문에서 만나서 가방을 받고 같이 피아노학원까지 걷는다. 아이의 자전거를 갖다 주는 날도 있다. 가는 도중에 CU편의점에서 아이는 간식거리를 산다.  중간에 있는 공원벤치에 앉아서 간식 먹고, 물 마시고 아이는 학원에 들어가고 나는 작은 도서관에 들린다. 아이가 자전거를 가져간 날은 혼자 오고, 걷는 날은 아이를 기다렸다가 같이 온다. 


 그동안 피아노학원이 몇 번 바뀌었다. 항상 선생님이 바뀌면 다니기 싫다고 하였다. 이번 피아노학원도 다니기 싫다고 해서 일 년쯤 쉬다가 다시 간 학원이다. 선생님이 바뀐 것도 아닌데 그냥 힘들어서 쉬고 싶다고 했다. 여기 원장님이 워낙 열정이 있으신 분이라 아이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신다. 여기를 그만두면 이제 피아노는 다시 하기 힘들겠다는 느낌이 왔다. 아이 입으로 피아노 다시 가고 싶다는 말이 나오도록 물밑작업을 하면서 오래 기다렸다. 피아노를 다시 하고 싶다고 했다. 일 년이 걸렸다. 교재나 개인용품도 학원에 고대로 두었다. 원장님도 다시 올 줄 알고 계셨으니 강습 시간 조율만 하면 되었다.


일주일에 세 번 피아노학원 가는 게 싫어지지 않도록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이다. 오고 가는 길의 편의점 OK. 오마뎅 OK. 슬라임 OK  마음은 쓰리나 허락하는 게 유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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