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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pr 22. 2023

천사의 무릎이 아프다.

긴 인생의 짧은 시간.

금방 괜찮아질 거라던 아이의 다리가 낫지 않는다. 다니던 동네 정형외과에 갔다. 여전히 아프다는 아이의 말에 의사 선생님이 오히려 내게 묻는다.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소견서 끊어주시면  큰 병원에 가보겠다'라고 말했다. 소아정형으로 유명한 '상계*병원'에서 진찰을 했다. X-레이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아이 무릎을 살피더니 'MRI'를 권한다. 예약하고 사흘뒤 찍을 수 있는데 아이 혼자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건강검진 때 'MRI'를 경험했다. 없던 공황장애가 생길 것 같았던 기억이 있다.


마음이 급해진다. 일하러 간 부모대신 아이의 이모와 이모부가 같이 있다. 어린 아기까지 온 식구가 동원되어 긴 시간 고생을 했다. 나 혼자였으면 오늘 하루에 일어난 이 일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  작은딸이 '송파*병원'에 전화를 해서 가면 바로 'MRI'를 찍을 수 있게 조처를 했다. 금요일 오후 차가 밀려 시간 내 도착을 못할까 봐 조바심이 났다. 오늘을 그냥 넘기면 주말 동안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 작은사위의 운전이 나를 살렸다.


'MRI'실에 보호자가 같이 들어가도 된다고 한다. 헤드셋을 쓰고 누운 아이손 을 잡고 떨면서 서있었다. 아이의 발목은 움직일 수 없게 무거운 것으로 눌러졌다. 동굴 같은 기계 속에 아이의 몸은 머리만 빼고 들어가 있다. 손을 잡고 있는 팔목으로 눈물이 후두득 떨어진다. 폰도 시계도 착용하지 못하고 입구의 두꺼운 문은 닫혀있다. 아이손을 놓지도 못하고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른다. 이 밀폐된 공간에 아이 혼자 들어왔으면, 생각만으로 두려웠다.


'두두두두두' 귀를 뚫는 굴착기소리가 수도 없이 들리고, '따따따 따따따' 교전하는 총알소리가 귀에 꽂은 소음방지귀마개를 통과했다. 마침내 기계소리가  멈췄다. 처음 이야기한 15분의 두 배쯤 시간이 지나있었다. 다행히 아이는 중간에 잠이 들었다.  'MRI'판독결과 연골판이 찢어졌다고 한다. '전신마취를 해서 관을 넣어 봉합' 어쩌고 하는 의사 말이 아득하게 들린다. 이일을 어떡하나. 이 어린아이가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인가. 아이에게 언제나 실패나 실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겪어서 알게 되는 것이 더 유익한 일이다. 그리고 실패로 우리는 또 무엇을 새로 알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정작 아이몸과 마음의 상처에 먼저 무너지는 것은 나다.


수술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회복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고 나왔다. 집으로 온 아이는 당장 일요일 '배드민턴대회'를 앞두고 이런 일이 생겨서 속이 상해 운다. '나가서 상을 받고 싶었는데' '그냥 하루만 대회 나갔다 와서 수술을 하면 안 되냐'라고 서글피 운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대신 아플 수 있다면 아프지 않겠는가.

그럴 수 없으니 마음을 단단하게  붙잡을밖에 도리가 없다.  


 우리를 넘어뜨리는 건 태산이 아니다. 발아래 작은 돌멩이다. 넘어졌으면 일어서면 된다. 옷에 묻은 흙은 털고,  까진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 상처가 덧날 걱정은 미리 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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