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공연
20살이 되던 때.
아무도 시키지 않은
경제적 독립을 선언했다.
엄마도 아빠도 나한테 그럴걸 기대하거나 원하지 않았지만
내가 그런 딸, 그런 사람이고 싶었다.
우습게도, 그게 내 사랑의 표현방식이었다.
겁없이 나를 사회에 던진 댓가로
악착같이 살아야 살 수 있었다.
때론 배고팠고
때론 서글펐고
때론 뿌듯했고
때론 비참했다.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 살았을 뿐이라 믿었는데
문득 눈을 들었을 때
나와 따뜻한 밥한끼를 함께할 사람
내 슬픔에 함께 울어줄 사람 하나 없었다.
그 때, 나의 최선이 나를 가두었음을 깨달았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고
그래서 나아가야했다.
-
한번도 밟아본 적 없는 곳에
오롯이 나 홀로 향했을 때,
나는 그 무엇도 아니었다.
나는 대체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부모님의 좋은 딸
친구들의 좋은 친구
새내기들의 좋은 새섬
교수님의 좋은 제자
팀원들의 좋은 리더
좋아하는 사람의 좋은 애인
사랑하는 사람의 좋은 아내
먼 훗날 내 아이의 좋은 엄마
이 모든 것이 나이길 바랬다.
그리고 나는 오늘 이 곳에 서서
이 모든 것 중 단 하나조차
내 의지와 노력으로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었음을 깨닫는다.
크고도 사소한 사람이 되고 싶다
소중하고도 만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마음이 온통 모순이고
내 실체가 온통 고집이다.
그토록 억척스레 무엇이 되고 싶었나.
한 발짝만 떨어지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이 곳은 내가 고립된 곳.
나의 한계.
나의 결핍.
나의 끝자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