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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데 Jul 13. 2023

내상 후 스트레스 장애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스트레스 사건들을 경험한다. 이러한 스트레스 사건은 개인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때로는 큰 심리적 상처를 남기는데, 이를 흔히 Trauma, 외상 경험이라고 한다(한노을, 2008). 생명의 지장이 갈 정도의 교통사고나, 폭력, 자연재해를 목격하거나 실제로 겪는 것을 비롯하여,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지거나 멀어지게 되는 크고 작은 경험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개인에게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동시에 스트레스를 대처하고 이겨나가며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고통들을 피하거나 도망치는 욕구 또한 가지고 있지만, 그 고통을 통해 자신이 성장하고자 하고 삶을 새롭게 자각하는 인식의 변화 욕구 또한 존재한다.


유달리 두 번째 욕구가 강력한 사람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을 성장시키고 싶다는 욕구가 크지만, 그에 걸맞은 외상을 찾기에 환경이 적절하지 않거나, 혹은 부족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들은 종종 자기 학대적으로 외상을 만들어내거나 혹은 외상적으로 자신이 타격을 입을 환경에 자신을 집어넣기도 한다. 사실, 자기 자신만큼 공격하기 쉽고 편리한 대상은 없기 때문에 내면적 공격성을 잘 다루지 못하는 시기에는 극단적이거나 자기 파괴적인 사고로 손쉽게 이어지기도 한다.


이 극단에 빠지기 쉬운 경향은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는 것에서 악화된다. 나와 다른 타인의 시각을 거부하고 자신의 부정적인 사고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스스로 삭제시킨다. 이들이 어느 순간 자신에게 유익한 고통과 무익한 고통을 구분하는 힘이 흐릿해지게 되고, 자신이 스스로에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무감각한 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끊임없이 외상을 겪도록 자신을 방치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 만들어내는 내상이 되어, 자신에게 가장 치명적이고 고통스러운 날들을 만들고 그곳에서 다시 한번 성장을 해낼 것이라는 비합리적인 믿음으로 철저하게 방치하게 된다.


자신에게 찾아온 고통을 즐길 수 있고 그로부터 성장을 기대한다는 것은 고통을 떠안고 살아갈 중요한 동력이기도 하지만, 이들에게는 삶의 모든 고통을 일단 견뎌내야 한다는 자신의 믿음을 깨뜨려 줄 타인의 도움이 이따금씩 필요하다. 그래서, 때때로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스스로를 개방하는 것에 더욱 힘쓸 필요가 있다. 나를 잘 모르는 타인의 조언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고, 신뢰가 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경청을 시도하고 사고를 열어보는 시도 자체만으로, 극단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 된다.


고통의 가치는 스스로 만들 수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고통만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것, 자신을 새롭게 만들고 형성하는 것, 혹은 잠시 자연을 느끼고 계절을 음미하는 사소한 순간들도 태어난 이상 사람이라면 인생에서 죽기 전 경험해 볼 법한 가치 있는 순간이다. 눈 감는 순간까지 괴로움에 매몰되어 겨우겨우 숙제처럼 살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산 것과 살 수 있었다는 자체만으로 감사하는 방법을 훈련해야 한다.


성장과 감사 사이를, 나아감과 돌아보기 사이를 유연하게 살아가자. 어쩌면 삶의 모든 일을 나름의 관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내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큰 축복이자 강점일 것이다.


*내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학술적으로 존재하는 용어가 아닌, 개인이 임의로 창작한 표현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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